등록 : 2005.12.28 22:01
수정 : 2005.12.28 22:01
사설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은 올해의 가장 크고 부끄러운 뉴스였다. 이 사건을 더욱 부끄럽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보도기관의 언론윤리 위반이었다. 연구자는 연구윤리를, 이를 취재한 보도기관은 언론윤리를 짓밟아 올해 최악의 뉴스를 생산한 셈이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강압적 취재는 국면을 반전시킬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더 큰 문제는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집중 보도한 뉴스전문 채널 <와이티엔>(YTN)마저 언론 윤리를 짓밟았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5일 와이티엔이 김선종 연구원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피디수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인터뷰의 주문생산 의혹이 제기되긴 했다. 겉보기만 인터뷰였지 실제로는 김 연구원의 준비된 일방적 연설이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설마’ 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의 ‘중대 증언’은 사실로 드러났고, 와이티엔 인터뷰의 의도적 편집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후 취재기자의 체재비가 황 교수팀 쪽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드러났고, 출국 때 사용처가 의심스런 외화의 밀반출에 연관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와이티엔은 취재가 아니라 황 교수팀의 ‘언론플레이’를 주도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방송 인터뷰는 당사자가 시청자의 감성에 직접 호소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청자의 판단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이성에 호소하는 종이신문과 영향력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와이티엔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성의있는 해명을 피하고 있다. 보도에서 신뢰를 잃으면 언론은 존립할 수 없다. 진실을 숨기려는 취재원의 의도에 능동적으로 가담한 언론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와이티엔의 고백과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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