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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8 22:02 수정 : 2005.12.28 22:02

사설

서울 영등포의 쉼터에서 자활을 준비하는 노숙자들이 세밑을 맞아 근처의 홀몸 노인들을 돌아봤다고 한다. 하루 1만원 벌이로 살아가는 노숙자 206명이 83만원을 모아 휴지나 참치통조림 같은 선물을 홀로 사는 노인 15명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다. 이들이 마련한 선물도 값지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겐 이렇게 찾아주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이 없을 것이다.

어려운 사람 사정은 어려운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도 하지만 이런 일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도울 마음이 있는 것과 실천은 또 다른 문제다. 연말 불우이웃 돕기 소식을 듣고 ‘우리도 하면 되지’라고 시작했다니, “삶의 의지가 없으니 노숙자가 되지”라는 일부의 생각이 편견일 뿐임을 몸으로 증명했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소식이다. 훨씬 처지가 좋으면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지 못한 게 우선 부끄럽고, 노숙자들을 외면한 것이 또한 그렇다. 물론 부끄러워하는 데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자. 이런 따뜻한 손길은 제아무리 매서운 세밑 추위도 녹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웃돕기만 마냥 강조할 일은 아니다.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무엇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사회복지 체계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복지 체계의 허점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들이 자활을 모색하도록 돕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점검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처럼 ‘우리’에서 겉도는 이들도 이젠 같은 차원에서 돌아볼 때가 됐다. 이것이야말로 노숙자들의 이웃돕기를 더욱 뜻깊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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