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9 20:25
수정 : 2005.12.29 20:25
사설
경찰은 국가권력의 대명사다. 현실적으로 권력과 시민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접점도 바로 경찰이다. 우리 경찰은 한때 ‘정권의 사병’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으나 그동안 꾸준히 민주화의 길을 걸어 왔다. 경찰 스스로 ‘시민의 경찰’ ‘인권경찰’로 거듭 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해 왔다. 하지만 최근 빚어진 일련의 사태는 경찰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올해로 창설 60돌 맞은 경찰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위상을 구가하고 있다. 오랜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경찰 공무원법마저 개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그것은 경찰이 시민의 자리에 서지 못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경찰은 높아진 위상과 커진 힘에 비례해 마땅히 가져야 할 겸손함과 경각심을 잃어버렸다. 농민시위의 강경진압, 경찰 책임의 은폐, 임기제를 방패삼은 허준영 경찰청장의 버티기 등 일련의 과정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경찰의 관료주의와 권위의식이었다. 시민의 뜻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는 겸허한 자세는 없었다. 허 청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서 경찰의 위상과 자존심을 높였다는 이유로 경찰 내부에서 “청장님에게 격려를 보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아직 경찰과 시민의 거리가 멀기만 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 경찰은 차분히 자신을 뒤돌아보고 거듭 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시위 진압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 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시민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투철할 때 그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믿는다. 경찰청장의 사퇴가 경찰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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