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1 21:16
수정 : 2006.01.01 21:16
사설
서울대가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조작 사건을 계기로 교원들의 연구 성과와 윤리 문제를 감시·감독하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르면 다음달이나 3월 초에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4월부터 활동하게 될 거라고 한다. 우리 학계가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황 교수팀 논문 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을 줬다. ‘우리 학계가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이 책임은 황 교수팀에게만 돌릴 게 아니다. 서울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더 큰 걱정은, 다른 학자들은 과연 얼마나 제대로 연구할까 하는 냉소 섞인 의혹이 널리 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심심찮게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으나 상당수는 두루뭉술 넘어간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다른 대학들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우리 학문 전반의 신뢰 위기로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서울대와 비슷한 감시·감독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들이 자체 감시 장치를 구성하는 데서 무엇보다 신경써야 할 것은 내부 고발자 보호다. 황 교수팀 논문이야 많은 사람이 관련돼서 진실이 오래 감춰지기 어려웠지만, 보통의 논문 조작이나 표절은 그렇지 않다. 논문에 대해 잘 아는 극소수의 사람이 입을 열지 않으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부 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하지 못하면, 감시·감독은 형식에 그치기 쉽다. 또한 검증이 쉽지 않은 인문계열엔 자연계보다 좀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실위에 외부 연구자를 참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논문 사건이 우리 학문의 질적인 도약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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