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2 21:28
수정 : 2006.01.02 21:28
사설
정부는 출산 장려를 외치고 있으나 일터에선 호응은 고사하고 직원들의 육아를 위한 지원조차 인색하다고 한다. 한국노총 경기본부가 소속 노조 185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지난 2년 동안 사내에 육아 휴직자가 있었다”는 응답이 23%에 불과했다고 한다. 탁아소가 있는 기업도 단 세 곳뿐이었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실태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11월 민주노동당이 공공기관 여성 비정규직을 조사한 결과 97.8%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고 출산휴가를 쓰지 못한 이도 43%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한 여성공익 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결과를 봐도, 육아휴직을 썼다는 응답은 4%, 출산휴가를 제대로 썼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이 조사들의 방법이나 대상이 서로 다르지만, 여성에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그림의 떡’과 같다는 걸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은 개인의 선택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일터의 현실을 보면 정부가 아무리 밀어붙여도 효과가 나긴 어렵다. 게다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출산장려 이전의 문제다. 여성의 건강을 지키고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제도다. 하다못해 일손이 부족하면 외국인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지만, 우리 여성과 아이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대책도 없다.
정부는 ‘아이를 낳자’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법에 정해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지도·감독하는 일부터 힘을 쏟아야 한다. 기업들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는 안될 일이다. 육아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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