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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3 20:53 수정 : 2006.01.03 20:53

사설

전국 법원 중에서 형사사건이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구속영장 발부 기준 5개항을 공개했다. ‘실형=구속’이라는 일률적 관행과 재범 위험성 등 형사정책적 영장 발부를 줄이는 등 불구속 원칙을 확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형사 피의자 구속 기준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라는 포괄적인 것이어서, 법원·판사별로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 많았다. 영장 발부 단계부터 힘있는 변호사나 브로커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국민적 불신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법원이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기존의 징벌적 구속 관행 개선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법원이 실형 구속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런 대목이다. 물론 법관 개개인의 판단 영역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저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과연 예측할 수 있고 일관성이 있는 결정이 나올지 의문스럽다. 나아가 법원은 불구속 확대가 자칫 힘없는 이들한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불구속 원칙은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강정구 교수 사태 이후 검찰은 구속·불구속 수사 원칙을 적용하는 데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 역시 불구속 확대에 맞춰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불구속 원칙을 정착시키려면 수사 편의주의나 여론에 떠밀린 영장 청구 관행을 없애려는 검찰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우리 사법체계가 증거주의 수사·재판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인신구속을 범죄에 대한 응징이나 처벌로 보는 국민정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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