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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4 21:58 수정 : 2006.01.04 21:58

사설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고교)가 84회 일본 고교축구선수권대회에서 무실점으로 3연승을 기록하고 8강에 진출해 재일동포 사회에서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총련계 민족학교인 오사카 조고가 그제 16강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축구 명문 구니미고였다. 84년의 역사를 지닌 이 대회의 본선에 스무차례나 진출해 6회 우승한 관록이 있는 구니미고를 오사카 조고가 예상을 뒤엎고 1 대 0으로 꺾는 파란이 연출되자, 조고의 응원석은 환희와 눈물의 도가니로 바뀌었다고 한다.

축구는 동포사회에서 단순한 구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일 한국·조선인들 사이에 축구는 겨레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스포츠였다.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견디며 살면서도 절대로 질 수 없는 것이 축구였다. 종전 후 오래도록 일본인 사회단체나 학교와 친선경기를 할 때 동포팀의 실력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민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축구를 아무리 잘해도 꿈을 펼칠 수가 없었다. 정식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 끼리의 친선경기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대회 참가가 봉쇄됐기 때문이다.

소수민족 차별이라는 항의가 높아지면서 참가 금지의 빗장이 풀려 전국 규모 고교축구는 1996년부터 출전이 허용됐다. 그러나 이 무렵에는 제이리그 출범에 따른 축구붐으로 고교 축구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동포팀은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지방 예선에서 탈락했다. 오사카 조고는 5년 전 처음으로 이 대회 본선에 진출했다가 1차전에서 졌다. 지난해 섣달 그믐날 첫 승리를 맛본 조고가 오늘 8강전에서 이기면 준결승이 벌어지는 도쿄 국립경기장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 조고의 선전이 함께 사는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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