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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21:24 수정 : 2006.01.06 11:06

사설

소라·백합·바지락·동죽·꽃게·참게·대하·뱀장어 등 드넓은 새만금, 자연 식구들의 삶터를 기록한 지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북 군산·김제·부안 등 새만금 주민들의 이웃한 개펄 생명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이뤄낸 결실이다.

오는 4월이면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날 참이다. 그러면 수만년 동안 이들을 키우고, 인간을 살찌워온 개펄은 사라질 것이다. 주민들은 새만금이 그렇게 사라지기 전에 그곳 생명들의 자취를 기록해 후손들에게 알리자는 생각이었다. 제 삶터마저 잃어버릴 주민들이 사라져가는 자연의 친구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동시에 인간의 탐욕이 자행한 다른 생명에 대한 학살의 기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애초 이 일은 시민환경연구소 활동가들 쪽에서 추진됐고, 새만금 인근의 군산·김제·부안 어민들이 이에 호응해 이뤄졌다. 어민들은 방조제 공사 전부터 지금까지 개펄의 형태와 어패류의 분포, 지명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현장을 샅샅이 조사해 지도에 옮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파편화돼 있던 주민들은 공동의 삶터로서 새만금을 다시 보게 됐고, 새만금 문제에 대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됐다고 한다. 개펄 생명의 산란 장소를 핵심 개펄로 꼽아, 주민들이 반드시 지키기로 한 것은 이런 연대의 결실이었다.

요즘 환경파괴의 위험성과 개발의 역기능에 대한 공감대는 날로 커진다. 그러나 환경운동은 명망가 중심의, 다양성을 무시한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투쟁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동의와 합의는 외면당하고, 일부 엘리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가와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일궈낸 작은 생명의 지도가 큰 울림으로 열매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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