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5 21:26
수정 : 2006.01.05 21:26
사설
개각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사립학교법 반대 투쟁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의 이념적 편견은 병”이라고 공격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항명’ 사태가 여야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정당의 민주화가 진전됐음을 보여주는 징표로도 읽힌다.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의 대응도 큰 맥락에서 보면 닮은 꼴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협의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애초의 계획을 접고 “인사는 고유권한”이라며 기습적으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박 대표 역시 “도를 넘어섰다”며 크게 화를 내 결국 원 의원한테 사과를 받아냈다. 내부의 비판을 귀담아듣는 자세가 부족한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사실 박 대표에 대한 원 의원의 비판은 한 사람만의 의견이 아니라 당내 상당수 의원들의 시각을 대변한 것이다. 박 대표가 사학법 문제 등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이념공세를 펼쳐온 것에 대해서는 당 내부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많은 의원이 박 대표의 이런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며 거리투쟁을 접자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비록 눈물까지 흘려가며 반대 목소리를 잠재웠지만 당내에 잠복하고 있는 비판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대표로서는 원 의원의 직설적인 공격이 몹시 못마땅하겠지만 그가 지적한 내용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무차별적인 색깔론 공세는 이미 당 내부에서조차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당내에서 분출하는 의견을 마냥 억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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