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9 22:30
수정 : 2006.01.09 22:30
사설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신포 경수로)에 남아 있던 한국과 미국 인력 57명이 그제 철수함으로써 이 사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경위야 어찌 됐든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가 벌여온 이 사업이 중도에서 끝난 것은 큰 유감이다.
경수로 사업의 무산은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사이의 불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2002년 가을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제기하면서 중단된 경수로 공사가 결국 사업 종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계획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으며, 미국이 애초부터 경수로 사업에 뜻이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7월 200만kw의 전기를 북한에 직접 송전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북-미 사이의 불신 증폭을 막고 6자 회담 재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사업이 끝났다고 해서 신포 경수로를 방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쓰인 15억6200만달러의 비용 가운데 73%인 11억3700만달러를 우리나라가 부담했고, 1억5천만달러 이상의 돈이 들어갈 청산 절차도 우리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은 여전히 핵 포기 대가로 경수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도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고 있다. 이 경우 신포 경수로가 최우선 대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까지 이 경수로가 케도 등 국제사회의 자산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은 가장 많은 돈을 쓴 우리나라의 책임이기도 하다.
경수로 사업 종료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이든 우리나라가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한 신포 경수로를 살려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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