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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21:30 수정 : 2006.01.10 21:30

사설

모든 게 조작이었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체세포 핵 이식으로 확립한 줄기세포주는 하나도 없었다. 이미 없는 것으로 확인된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는 물론이고, 원천기술 존재의 근거로 삼았던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황 교수팀의 1호 줄기세포도 체세포 줄기세포가 아니라,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수정란 줄기세포라고 서울대 조사위는 밝혔다.

예상은 했지만, 놀랍고 참담하다. 황 교수팀이 내세울 것은 체세포 핵치환 배아복제와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 기술뿐이라고 한다. 황 교수팀에게만 특별했던, 그리고 난치병 극복의 희망이었던 줄기세포 배양 능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니,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우리 모두 슬픈 날

황 교수팀의 특별함은 오히려 조작과 거짓, 그리고 윤리 위반에서 발휘됐다. 체세포 줄기세포가 없는데도 2005년 논문을 썼고, 처녀생식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체세포 줄기세포로 둔갑시켜 2004년 논문을 썼다. 논문의 디엔에이 지문과 테라토마 실험도 조작했다. 3년 동안 연구에 이용한 난자만 2061개였다. 연구원들에게 난자 기증 의사를 묻고, 연구원 난자의 활용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됐고,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았으니, 어제는 우리 모두 슬픈 날이었다.

우리를 특히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황 교수의 거듭된 거짓말이다. 황 교수는 확립된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마지막으로 확인될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에겐 진실을 밝힐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모두 거짓말로 둘러대며 미봉했다. 언론이나 권력기관을 이용한 정상배 못지 않은 여론 조작 솜씨도 보였다. 조작으로 명성을 세웠고, 거짓으로 명성을 유지했던 셈이다.

이제 바꿔치기 주장의 진실, 논문 조작의 목적 가운데 국가예산 사취 의도가 있었는지, 배정받은 예산의 사용처, 그리고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이 논문 조작을 숨기려고 공모했는지 등을 밝히는 문제만 남았다. 이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이다. 학계·정부·정치권·언론은 물론, 국민 두루 ‘황우석 사태’를 빚어낸 당사자였다. 정치권과 정부는 황우석 영웅 만들기에 앞장섰고, 여론은 맹목적으로 황 교수를 지지했으며, 언론은 여론에 편승해 진실을 외면하거나 숨겼다. 폭력적 여론 앞에서 진실찾기는 실종됐다. 수단은 조작된 성과로, 절차는 목적에 의해 합리화됐다. 다른 의견은 짓밟혔고, 동일한 판단과 시선이 강요됐다. 법적 혹은 학문적 책임 규명과 무관하더라도 ‘황우석 사태’의 전모가 낱낱이 기록되고 백서로 남겨져야 할 이유다. 그것은 물론 치욕의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한 다시 일어나 도약하는 희망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자성의 백서를 만들자


황우석 사태 속에서 우리는 진실에 대한 의지와 열정으로 무장한 자랑스런 신예 과학도들을 확인했다. 이들은 과학자의 잘못을 스스로 밝혀내고 고백하는 놀라운 자정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학문과 기능에서 훌륭한 과학자가 더 많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줄기세포 연구만 해도 황 교수팀 수준의 연구자만 해도 1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난치병 극복의 희망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며, 우리 과학적 성과의 진실성을 세계인에게 담보해 줄 것이다. 이들이 다시 우리의 희망으로 서도록, 황 교수팀에게 보냈던 사랑과 성원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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