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1 21:49
수정 : 2006.01.11 21:49
사설
인권은 인류 공통의 보편적 가치다. 우리 사회는 과거 개발과 독재에 짓눌려 수많은 인권침해가 묵인됐고, 지금도 법과 제도 곳곳에 그 잔재가 남아있다. 더불어 사는 성숙한 공동체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점에서 엊그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안’에 대한 일각의 비난은 매우 우려스럽다. 인권위는 사법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 실정법과 제도, 규정 등에 남아있는 ‘합법적인’ 인권침해와 차별 요소를 인권보호 차원에서 바로잡는 게 주된 업무다. 권고안이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이런 근본 취지를 한참 오해한 소치다.
권고안이 ‘현실성이 없다’ ‘월권이다’ 식으로 폄훼하는 것 또한 인권을 거추장스럽게 여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폭력적 사고방식과 다를 바 없다.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거나 성적 정체성으로 고통받는 소수자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기울였는지 되돌아 보는 게 우선이다. 나아가 이념적 편향성을 들먹이는 건 천박하기 짝이 없다. 권고안은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가 정한 보편적 인권 기준과 권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념적 색깔을 덧칠해 되레 사회갈등을 부추기려는 속내가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번 권고안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인권위가 마당발인 이유도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기본권과 약자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회적 합의가 아직 미흡하거나 민감한 문제는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진지하게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일이다. 정부가 권고안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인권정책의 기조로 삼길 기대한다. 인권위 권고의 집행력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