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1 21:49
수정 : 2006.01.11 21:49
사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착취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25개 시민·인권 단체가 최근 밝힌 피해 사례는 또한번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 노동자라면 참을 수 없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가 몸을 상하는가 하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례가 여전히 다반사다. 선진국 문턱에 있고 세계를 시장으로 삼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있다는 건 참으로 낯뜨겁다.
1993년 연수생제를 도입할 때 내세운 뜻은 기업연수를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선진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론 노동자가 아닌 ‘학생’ 신분으로 받아들여 노동을 착취하는 창구나 다름이 없었다. 엄격한 사업장 이동 제한과 강제출국 위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분상 제약은 인권 침해와 착취 소지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었다. 피해 사례와 이로 인한 한국 이미지 손상을 거론하는 것조차 이젠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일부 악덕 사업주뿐 아니라 폐해를 알면서도 십수년 동안 제도를 유지해온 정부에도 무거운 책임이 있다.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연수생제 대안으로 2004년에 도입돼 정책돼 가고 있는 만큼, 더는 연수생제 폐지를 미룰 이유가 없다. 기업들도 절대 다수가 노동력의 질이 좋고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은 고용허가제를 선호한다지 않는가. 연수생제에 미련이 있는 중소기업인들 역시 품삯을 좀더 치르더라도 고용허가제라는 정상적 틀에 만족해야지 편법에 계속 기대려는 자세는 버리는 게 옳다. “값싼 노동력이라고 외국인 노동자를 가볍게 보고 함부로 대하면 한국은 결국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것”이라고 한 외국인노동자교회 김해성 목사의 말을 가벼이 듣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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