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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2 22:34 수정 : 2006.01.12 22:34

사설

교육부가 올 하반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를 시범적으로 가르치기로 했다고 한다. 또 2008년부터 인천 등 경제특구와 제주도에서 수학·과학을 영어로 가르칠 계획이란다. ‘인적자원 개발·활용의 국제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국외 영어연수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한마디로 이런 정책은 어린이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면서 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전시행정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일주일에 1시간 정도 영어를 배운다고 영어 능력이 얼마나 나아지겠는가? 또 많은 돈 들여 외국에 연수를 보내는 층이 이 정도에 만족해 연수를 중단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당국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어 조기교육을 주장하는 이들은 ‘외국어는 어려서부터 배우는 게 좋고, 특히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면 능숙한 수준에 이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우선 언어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외국어 조기교육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한 연구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국 연구 결과를 봐도,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맞서고 있다. 미국 초등학교의 일본어 교육과 캐나다의 ‘프랑스어 몰입교육’에 대한 연구 결과도 시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교육부의 지속적인 영어 조기교육 확대 방침은 과학적 근거 없이 막연히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교육에서 우리말글의 체계적인 학습조차 덜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지금 절실한 것은 근거도 불확실한 영어 조기교육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효과적인 영어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잘못된 교육정책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어린 학생들이라는 걸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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