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6 19:55
수정 : 2006.01.16 19:55
사설
북쪽 창작물 47편이 남쪽에서 ‘합법적으로’ 출판된다. 북쪽 저작권사무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남쪽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출판권 협상을 대행하고, 그 결과를 북쪽 사무국과 저작자가 공증·승인해 성사됐다. 첫 공식적인 지적 재산권 거래다.
이번 일의 의미는 단순히 ‘공식 거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 과정에서 지적 생산물의 사적 소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초보적 수준이고, 협상권은 모두 국가에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 의미를 훼손하지는 못한다. 저작권 거래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그 수준은 높아진다.
둘째, 북쪽 사회를 정서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자산을 공유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모두 시·소설·동화 등 창작물이다. 사회가 당면한 현실과 사회 혹은 개인이 꾸는 꿈과 풀어야 할 고민, 풍속 및 감수성의 변화 따위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경제 지표나 사회학적 구조 등 학문적 연구보다 더 구체적인 사회상을 보여줄 수 있다.
셋째, 지금은 일방적 흐름이지만, 문화교류의 특성상 쌍방향으로 진전하리라는 점이다. 불과 10여년 만에 남북 사이에선 출판물 반입 봉쇄에서, 저작권 교류의 법적 기반과 관행의 형성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앞으로 할 일이다. 출판사는 ‘장사될 만한’ 소재에만 관심을 갖는다. 탓할 수 없다. 북쪽엔 한국문화의 지적 인프라로 꼽힐 만한 저작물이 적지 않다.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방대한 문집의 번역 및 정리, 고대사 연구 성과 등이 그것이다. 상업성과는 무관한 저작물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분야다. 이는 북의 지적 자산을 남쪽이 공유하고, 남과 북의 교류를 심화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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