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6 19:56
수정 : 2006.01.18 10:31
사설
그제 치른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가 여유 있게 이겼다. 최근 몇 해 동안 불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좌파바람이 이어진 셈이다. 올해 이 지역 10여 나라에서 있을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바첼레트 후보의 당선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는 중남미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대통령이 된 첫 여성이다. 다른 나라에서 몇몇 여성 대통령이 있기는 했으나 모두 정치인이었던 남편의 덕을 본 것이었다. 그는 또 1990년까지 17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정 초기의 직접 피해자라는 점에서, 그의 집권은 어그러진 역사를 극복하고 새 시대로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의 군사 전문가라는 그의 경력도 독특하다. 보건·국방 장관직을 무난히 수행하는 등 실무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중남미의 좌파바람은 90년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추진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대미 종속과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좌파정권이 등장한 나라에서는 반미정서 또한 드센 게 보통이다.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는 물론이고 지난달 첫 원주민 대통령이 나온 볼리비아, 남미대륙의 큰 나라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칠레는 2년 전 남미 나라로는 처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하는 등 개방경제 체제를 지향함으로써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런 실용적인 접근이 거세지는 좌파바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
칠레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이기도 하다. 새 정권의 등장과 함께 두 나라의 관계도 한 차원 높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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