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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2 20:13 수정 : 2006.01.22 20:13

사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던 중 혼수상태에 빠져 두달째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당직의사를 찾았지만 의사는 5시간 만에 나타났고, 당직의사는 기도 삽관(환자에게 호흡보조장치를 넣는 일)에 3번씩이나 실패했고, 다른 전문의가 와서 삽관하기까지 무려 12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 사이 환자는 산소공급 부족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쪽은 규칙대로 했을 뿐 과실은 없었다고 말한다. 의료사고 분쟁의 전형이다.

의료사고는 흔하다. 그러나 과실 책임이 입증되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고, 그러니까 운명의 장난이다. 이번 사고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서울대 의대 출신의 마취과 전공의라고 한다. 그는 상태가 악화하자 기도 삽관 등 응급처치를 요청했지만, 제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공의에게도 이러한데, 일반 환자에겐 어떨까.

날벼락 맞은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사고 이후의 과정이다. 현행 제도에선 누가 어떻게 사고를 저질렀는지를 피해자가 규명해야 한다. 의료진 무과실 추정 원칙이 통하는 것이다. 전문지식, 관련 자료, 동업자들의 도움, 재력까지 갖춘 의사를 상대로 문외한인 피해자가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해도 대법원 판결까지 6년이나 걸린다. 피해자를 도와줄 공적 장치는 전무하다.

정부는 개정 필요성에 따라 17년 전 의료분쟁조정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 처박혀 있다. 이제 의료사고를 운명으로 돌리도록 할 만큼 우리 사회의 수준이 낮지 않다. 무과실 입증 책임을 의료 공급자에게 부과해야 한다. 조정기구와 피해구제위원회를 두어 약자이자 피해자인 환자에게 최소한의 공적 부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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