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3 21:39
수정 : 2006.01.23 21:39
사설
일부 보수언론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가운데 지난주말 서울중앙지법이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 논란은 법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민법상 명예훼손의 구제 수단인 ‘정정보도’라는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언론의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이를 진실에 부합되게 고쳐서 보도하는” 정정보도의 요건이다. “(정정보도)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제14조 2항과 31조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이 없으면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없는 민법 제764조(명예훼손의 경우의 특칙)와 모순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중재법의 정정보도는 민법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송 관련 조항인 중재법 26조가 “이 규정이 민법 764조에 의한 권리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중재법의 ‘정정보도’는 넓은 의미의 반론보도에 속한다고 본다. 언론사가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바로잡는 걸 포함한 반대 의견을 단지 전달해주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권 제도의 발상지인 프랑스나 독일의 법도 이런 관점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학문적 반론도 있다. 하지만 언론보도로 입은 피해에 신속한 대처방법을 제공한다는 중재법 취지를 생각할 때 정정보도를 반론보도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은 용어의 혼란을 정리함으로써 마무리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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