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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3 21:40 수정 : 2006.01.23 21:40

사설

수도권 시민에게 서울역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이다. 몸은 못 가도 마음이라도 실어보내는 곳이었다. 농민의 아들딸에게 서울역은 새세계로 진입하는 들머리였다. 이들은 그곳을 통해 전근대에서 근대로 들어섰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역시 이곳을 관문 삼아 남북이 오고가고 융합할 것이다.

바로 그 서울역 광장에서 내일부터 27일까지 큰 장이 선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등 전국의 농민들이 함께 꾸미는 설맞이 대동 장터다. 정성 들여 가꾸고 가공한 식품들을 도시민과 나눔으로써, 도시와 농촌, 노동자와 농민,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것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도 함께해, 행사의 수익금을 북녘 아이들 겨울나기에 지원한다고 하니, 남북 사이에도 노둣돌이 될 것이다. 장터에는 각종 곡류와 제수용품, 안성 한우 등 300여종이 전국에서 올라온다. 하나같이 우수성과 안전성을 자랑할 만한 농산물들이다.

이런 장터를 여는 농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나라 살림의 근본인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데 도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도시민은 제 고향인 농촌에 무관심했다. 쌀비준 동의안 통과와 함께 지난해 초 16만원 하던 쌀 한 가마 값이 13만원으로 폭락했다. 농업 생산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지만, 도시민은 쌀값 하락만 반겼다. 농민들의 처절한 시위를 집단이기주의로 외면했다.

뿌리가 허약해서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농촌은 도시의 뿌리다. 농촌이 튼튼해야 도시도 건강해진다. 과거 우리의 도시는 농촌의 희생 위에서 성장했다. 지금 백척간두에서 선 농민들이 손을 내밀고 있다. 도시민들이 힘차게 잡아줄 차례다. 서울역 장터에서 한몸임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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