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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혹행위 뿌리 뽑으라 |
육군 전방부대에 배치된 이등병이 전입 2주 만에 선임병한테 맞은 뒤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훈련소에서 중대장이 인분을 훈련병의 입에 넣게 한 가혹행위가 있은 지 한 달도 안돼 생긴 끔찍한 일이다. 가혹행위가 훈련소와 군부대를 가리지 않고 장교·사병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는 현실적 위협임을 방증하기에 충격적이다. 숨진 강아무개 이병은 아버지가 상이군인이어서 면제 대상이지만 자원 입대를 한 터여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유족의 심정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자식을 군대에 보낸 숱한 부모들도 하루하루 가슴을 죄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은 부대 내 보일러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강 이병의 사인을 ‘질식사’로 잠정결론 내렸지만, 유족은 유서가 강 이병의 필체와 다르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필적 감정을 요구하고 키가 1m85인 강 이병이 2m 높이의 보일러실에서 목을 맬 수 있는지, 선임병이 관리하는 보일러실에 강 이병이 어떻게 들어갔으며 사건 현장을 선임병이 처음 발견한 점 등을 의문점으로 들고 있다. 군 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건 축소와 책임 회피에 급급해 서둘러 수사를 종결하고 사망자 본인의 문제로 원인을 돌리는 잘못된 관행이 숱한 ‘군 의문사’를 낳아왔음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강 이병의 사인이 자살이라고 해도 근본 원인은 군대 안의 폭력에 있다. 자원해 입대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구타를 한 선임병뿐만 아니라 사방팔방 막힌 듯한 가혹행위의 벽 앞에서 절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분사건 직후 육군본부에 인권개선위원회를, 예하부대에 인권상담실을 설치·운영하기로 한 결과가 이런 것인지 묻는다. 2000년 국감자료를 보면, 한해 300여명이 군에서 죽고 그 가운데 100여명이 자살했다. 사병의 인권과 인격을 무시하는 낙후된 군 문화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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