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5 21:45
수정 : 2006.01.25 21:45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내용은 실망스럽다. 국민은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적 문제에 대한 확고한 정책방향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기대했던 터다. 그러나 어제 회견에선 핵심인 장기적인 재정 운용 원칙도 재원 확보 방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일주일 전 텔레비전 연설에서, 세출과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책과 사회 전체의 책임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어제 회견에서는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물러섰다. “(증세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달았다. 재정과 조세정책의 방향 전환과 사회적 논의 필요성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대통령 스스로 “정치나 선거를 생각하면 꺼내지 못할” 의제를 공론화해 놓고, 불과 일주일 만에 현실론을 들어 없던 일로 하자니 이해하기 어렵다.
미래 재정은 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충을 위해 국가재정 확대와 조세개혁이 불가피하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확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당장 다음달에 나올 조세 개편안도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하고 자영업자 등으로 세원을 넓히는 건 납세자 처지에선 증세와 다를 바 없다. 확고한 원칙 없이 ‘국민적 동의’에 기댄다면 제대로 추진하기 버겁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견이 선거 등을 의식해 가장 중요한 원칙도 현실도 다 비켜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미래 과제는 급속한 시장화로 무너진 공적 영역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소한의 복지기반과 사회안전망은 국가 본연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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