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6 19:57
수정 : 2006.01.26 19:57
사설
외국 유학과 여행은 이제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가 됐다. ‘기러기 아빠’를 주변에서 보기가 어렵지 않고, 외국으로 골프 여행에 나서는 것도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국제수지 동향은 결코 가볍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여행과 유학을 합한 여행수지 적자액이 한 해 96억5천만달러에 이르렀다. 10조원에 가깝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증가세다. 전년에 견줘 54%나 늘었다.
물꼬를 돌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서는 내수가 받치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 틈을 줄이는 것도 어렵게 된다. 지난해 여행과 유학으로 인한 적자액은 민간 소비지출 359조원의 2.7%나 된다. 이미 내수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여행수지 적자 폭증세가 지속된다면 내수 정체가 굳어질 수도 있다. 경상수지 관리 측면에서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지금은 수출 호조 덕분에 경상수지에 여유가 있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여행수지 적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게 뻔하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터이다. 교육 환경에 대한 불만, 열악한 국내 레저 여건과 고비용 구조 탓이 클 게다. 우선은 제도나 정책으로 외국으로 나갈 유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외국 여행과 유학이 폭증한 데 다른 요인이 더 있는 건 아닌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국민소득이 늘면 지출 행태도 바뀌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흐름이 상궤를 벗어날 정도라면 원인을 면밀히 짚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게 마땅하다. 경상수지에 여유가 있고 경기가 회복 흐름을 탈 때 대책을 세워야지, 미적거리다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 무리한 방안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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