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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7 18:38 수정 : 2006.01.27 18:38

사설

새해 덕담 중 으뜸은 건강이다. 비록 가난해도 건강이 최고라고 믿는 터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난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한겨레〉가 학계 및 보건의료단체의 실증 연구를 통해 기획보도한, 계층·지역·학력 등에 따른 ‘건강 격차’의 현실은 놀랍다.

초등학교 학력의 산모는 대졸자보다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1.8배이고, 질병과 산재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비율은 정규직보다 훨씬 높다. 뱃속 아이나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는 탓이다. 서울 강북지역 주민이 강남보다 표준 사망률이 30%나 높은 건, 인구 1만명당 병·의원 수가 강남의 3분의 1 수준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새삼스런 문제는 아니다. 이미 선진국에선 ‘건강 평등’이 핵심 정책과제지만 우리는 학문적 논의조차 일천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 ‘건강 형평성 확보’란 선언적 문구를 집어넣은 게 전부다. 당국자 스스로 “형평성 지표가 없고 근본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고 실토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정책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우선 건강 격차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엄밀한 형평성 척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유럽 나라들은 건강 불평등 요인 등 기본 데이터를 취합해 계획을 짜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렸다. 정권 차원을 넘어선 준비와 계획, 정책 집행은 우리가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건강 불평등의 핵심은 소득 불평등이다. 가난은 질병을 부르고, 질병은 빈곤 탈출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선진국이 소득격차와 빈곤층 축소에 건강정책 예산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원 없는 정책은 공염불이다. 우리는 뒤늦은 범정부적 대책 논의에 경제 부처마저 빠져 있다니 정부의 정책 의지를 되묻고 싶다. 건강정책의 기준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아닌 국민의 기본적 ‘필요’다. 개방과 영리화에 초점을 맞춘 ‘의료 선진화’ 정책은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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