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30 19:52
수정 : 2006.01.30 19:52
사설
세금 그물코는 한번 느슨해지면 촘촘하게 하기 어렵다. 조세저항은 있기 마련이고, 세법을 고칠 권한이 있는 정치인은 표를 의식해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된 조세제도가 수십년이나 틀을 유지하기도 하고, 감면제도는 도입 취지와 관계없이 관성에 따라 굳어지기도 했다.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으로 재정 수요는 늘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재정 압박은 불보듯 뻔하다. 숭숭 뚫린 세금 그물망은 고치지 않고 달리 세금을 더 거두겠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한겨레〉는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기획한 ‘조세 큰틀 바꾸자’시리즈를 통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비과세·감면제도, 금융소득 종합과세제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간이과세제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사이 세부담 불공평의 근원이 되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별 죄의식 없이 탈세하게 하는 통로가 돼 왔다. 방만한 비과세·감면제 운용으로 빠져나가는 세금은 이제 연간 20조원 수준으로 불었다. 깎아준 세금만큼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그 혜택이 주로 중산층이나 흑자기업으로 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대목도 많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는 애초 금융실명제 도입 때보다도 더 느슨해진 실정이다. 이 세 부문만 제대로 손봐도 세부담 형평성은 한층 높아지고, 국가 재정기반은 상당한 정도 튼실해질 수 있다.
세부담 형평성과 소득재분배 기능 제고는 조세제도가 지향해야 할 큰 원칙이고 정책 목표다. 이에 어긋나는 조세 틀인 줄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건 국가가 책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어렵고 때로는 정권의 진퇴를 가를 일일 수도 있지만, 더 미룰 수만도 없는 과제다. 증세-감세 논란에 앞서 정치·행정적 역량을 모아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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