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1 21:58
수정 : 2006.02.01 21:58
사설
외환은행을 사들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자격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는 주가조작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진보적 경제학자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면도 많다. 하지만 폐해도 적지 않았다. 투기성 자본이 제도의 허점을 틈타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경제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너무 높아졌다. 자본 유치에 급급해 정책이 유인책 쪽으로 치우친 탓이 크다. 우대나 특혜성 조처도 없지 않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여 막대한 자본이득을 올리게 된 건 대표적 사례다.
론스타는 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금융회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예외 규정을 적용해 승인해줬다. 외환은행 정상화가 급했던 사정은 일면 이해되지만, 국내 자본이었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외국자본의 일탈 행위를 제재하는 데 정부가 주저했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 눈에 한국이 부정적으로 비칠까 염려해서였다.
정부가 외환위기 탈출을 선언한 지 오래 됐고, 외국자본 유치가 우리 경제의 구명줄로 여겨지던 때도 지났다. 특별 대접을 하는 정책은 재검토할 때가 됐다. 외국의 요구가 아니라, 국제 기준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과 주체적 정책 목표가 잣대가 돼야 한다. 자본의 옥석도 가려, 정당한 투자는 적극 유치하되, 경제를 교란하는 투기성 자본에는 규제 고삐를 조이는 일도 시급하다. 한국시장을 ‘봉’처럼 여겼던 외국자본 눈에는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모양새로 비칠진 모르겠으나, 어느 나라 정책이든 여건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너무 나간 제도는 정상화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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