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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1 21:59 수정 : 2006.02.01 21:59

사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어제 새해 국정연설 내용은 실망스럽다. 지난 몇 해 동안 지구촌의 갈등을 심화시킨 강경한 대외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 국내 정책도 국민 통합보다는 정파적 색채가 짙다.

대외 정책에서 열쇳말은 이번에도 ‘민주주의 확산’과 ‘테러와의 전쟁’이다. 북한은 시리아·미얀마·짐바브웨·이란과 함께 ‘자유가 필요한 비민주국’으로 꼽혔다. ‘악의 축’ ‘무법정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 등으로 표현한 이전 국정연설보다는 덜 자극적이지만 적대감은 여전하다. 6자 회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갈수록 모순이 커지는 중동정책은 더 완고해졌다.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 쪽에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역시 민주적 선거로 정부가 구성된 이란을 “소수 엘리트 성직자들이 인질로 잡은 나라”로 묘사하며 공격한 것도 자가당착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도 되풀이한 선악 이분법은 현실을 입맛에 맞게 왜곡할 뿐 아니라 대립하는 양쪽의 적대감을 심화시킨다. 미국은 항상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공식은 다수 지구촌 구성원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나아가 부시 대통령 자신의 시야까지 가려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미화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철군 주장을 패배주의·고립주의로 매도한 것이 바로 그렇다. 그는 ‘급진적 이슬람’을 적으로 꼽았으나 불법적인 이라크 침공이 없었다면 이들의 세력도 지금처럼 불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함은 권력이나 사치품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이 어떤 사람이고, 서로 어떻게 대하느냐로 측정된다”고 했다. 이런 사고방식을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지구촌은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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