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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9:38 수정 : 2006.02.02 19:38

사설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시작을 알렸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하던 우리가 지역주의 흐름에 동승한 뒤 최대 고비를 만난 셈이다. 그간 맺었거나 추진 중인 협정은 영향 면에서 비할 바 아니다.

미국과의 협정은 독이든 약이다. 잘못 처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건 기회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반면, 상대가 버겁다. 농업 쪽 피해는 불보듯하다.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미국은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국제 금융자본의 본류인 미국 자본이 아무 장벽 없이 한국 금융시장을 휘젖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외국자본 비중이 너무 높아져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 아닌가.

국내총생산이 29억~135억달러 늘고 10만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나, 관변 연구기관에서 나온 여론 조성용이란 인상을 다분히 풍긴다. 협정 체결 4년 뒤엔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 터이다. 피해 부문과 이득이 기대되는 부문이 엇갈려, 치르게 될 갈등 비용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 어제 외교통상부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청회가 농민단체 반발로 중단된 건 시작일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냉철하게 성찰해볼 수밖에 없다. 협상 시작을 거부하기엔 이미 늦었다. 자유무역 흐름을 외면하는 나라로 비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 대열에서 경쟁국에 뒤지면 수출 시장을 잃을 위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교역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70%를 넘는 우리가 치르긴 너무 큰 대가다.

기왕에 거부할 수 없는 파고라면 스스로 맞서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부문별 효과와 역효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치밀한 전략과 준비 아래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무역협정은 여러 모습으로 발현된다. 관세 철폐나 일정은 물론, 예외품목 인점 범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무역과 투자 자유화도 열거된 업종만 개방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반대도 있다. 농업을 비롯해 부정적인 부문은 개방이 유예되게 힘써 우리 실정에 맞는 협정이 되게 해야 한다.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스크린쿼터 협상에서 미국에 보인 저자세가 재연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한 대책은 미리 세워 갈등을 줄여야 함은 더 말할 나위없이 당연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는 없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발길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보다 자유무역협정 흐름에서 앞선 일본도 미국과는 아직 협정을 맺지 않았다. 협정 자체가 목표로 변질돼 미국에 끌려간다면 섶을 안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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