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차 사업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있으나 마나 한다면 전체 저감대책의 효율적 집행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정책실효성을 높여야 하며, 그 핵심은 보조금 지원율을 현실화하여 차량소유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행 보험개발원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차량기준가액의 50% 지원안은 안이 확정된 작년부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으나 오염자부담이라는 원칙에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 정책이 자부담 이상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의미가 퇴색해 졌다. 1. 다른 배기가스 저감대책과 비교해 불공평하다. 차량 기준가액의 50%만 지원하는 조기폐차 지원사업은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사업이 자부담을 5~30%로 하지만 환경개선부담금 및 정밀검사 면제로 자부담액 이상의 혜택을 준다는 점과 비교할 때 차주에게 매우 높은 자산 손실을 강요하기에 형평성을 잃었다. 같은 종류의 경유차에 대해 두 정책은 혜택을 보지만 한 정책은 자산 손실을 보라고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2. 자발적으로 손실을 누가 보려 하겠는가. 차량소유자들은 가입한 자동차 보험증서에 기재된 기준가액을 자기 차량의 최소 혹은 기본 시세로서 받아들이는데, 이 기준가액이 3개월마다 하락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자동차 도난이나 침수와 같이 전체손실 판정을 받아 기준가액의 100% 보상을 받는 경우에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에 자주 민원이 생기는 이유도 중고차 시세보다 낮다고 여기는 데다가 보험가입시 기준가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적용되는 기준가액이 보험증서상 기준가액보다 낮게 된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무도 자기 자산 가치의 50%만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 있다. 50%만 보상한다면 50%는 손실을 보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몰라도 달리 선택할 수 있다면 왜 손실을 보겠는가. 소유한 자동차를 팔려고 할 때 얼마라도 더 받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한 직거래가 여러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전체 중고차 거래의 60% 이상으로 늘고 있는 추세에서 누가 작으면 몇 십만원, 크면 몇 백만원의 손실을 보려 하겠는가. 차량소유자들은 자기 소유물인 차량의 자산가치에 가깝게 보상을 받을수록 조기폐차를 수용할 수 있지만, 고철비 지급분을 포함하더라도 40~50%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현행 제도는 선택하기 힘들다. 중고차로 판매할 수 없는 극히 일부 차량의 소유자만 이 조기폐차 지원안을 선택한다는 건 이미 지난 두달반 시행한 결과로 드러났다. 99%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배기가스 검사가 엄격하게 이뤄진다면 이런 손실을 감수토록 강제할 수 있지만, 정밀검사 합격율이 기준치가 더 낮은 작년보다 매우 높은 현 상황에서 조기폐차 지원율을 올리지 않는다면 다른 개선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올해 목표 대수 24,478대의 10% 달성도 어려울 것이다. 2005년도에도 목표 대비 1%만 달성했고 올해 2개월 반 동안 0.6%에 머물고 있는 조기폐차 지원안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기준가액의 50% 지원율을 80% 이상으로 올려야만 이 정책은 정상화할 것이고, 현행대로라면 예산만 확보해 놓고 일은 하나도 되지 않을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관련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지원율 50%가 국무총리가 작년에 서명하여 공표한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 계획'에 명기되어 있으므로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계획(PLAN)-실행(DO)-평가(SEE)하여, 기존 계획을 수정하거나 다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 계획의 일부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2개년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아주 위에 계신 분이 결재한 사항이라서 바로 수정하기 곤란한 상황인 게 현 정부의 행정체계이다. 2005년 10월 국회 예산결산 심사때에도 이 문제가 지적되자 기획예산처 장관은 계획이 세워진 만큼 좀더 해 본 다음 그 결과를 보고 검토하자고 답변했는데, 두달 반 0.6%의 결과를 보고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인가. 행정혁신을 하자고 군 단위마다 담당 공무원직을 신설해 놓고도 이런 장기 사업에는 여전히 경직된 행정체계를 들이미는 현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지원율을 올리더라도 조기폐차 지원금 총액은 늘리지 않으면서 목표 대수 달성에는 문제 없다. 조기폐차 목표 차량의 약 1/3를 차지하는 중.대형 트럭은 대체할 신차 트럭 가격이 높고 저감장치가 대부분 개발되어 있으며 저감장치 자부담율도 5%에 불과하여 조기폐차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지원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중.대형 화물트럭 대신에 지원금액이 낮은 소형 트럭이나 승합차, RV 등의 조기폐차 대수가 늘게 되므로 전체 조기폐차 실행 대수는 오히려 더 크게 될 것이다. 지원율을 80% 이상 올리더라도 그 지원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낮으므로 무리한 폐차로 인한 자원 낭비를 우려할 까닭또한 없다. 중고차로 팔 수 있는 차량을 80% 지원금을 받으려 폐차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겠는가. 작년 1%에 이어 올해도 1~10%만 실행된다면 내년도 예산 확보는 어려울 것이며 이 정책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없는데 누가 계속 예산승인을 하려 하겠는가. 이 정책의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면, 환경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총리실은 관료주의라고 비난받을 수 밖에 없는 경직된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 조기폐차 지원율 50%는 99%의 해당 차량소유자가 외면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하지 말기 바란다. 핵심은 명확한데 변죽만 두드리며 최선을 다했다고 제발 말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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