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선거운동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는 이재헌 우리미래 충북 청주시의원 예비후보. 이재헌 예비후보 제공
|
도전 6·13 ― 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② 이재헌 우리미래 청주시의원 예비후보
|
독특한 선거운동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는 이재헌 우리미래 충북 청주시의원 예비후보. 이재헌 예비후보 제공
|
그렇게 안 살아도 존중받아야 민주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게 정치의 역할
미래는 청년의 것…사회변화도 청년이 직접
내가 필요한 걸 스스로 말하는 게 정치더라고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공약을 설명할 때도, 밟아온 이력을 이야기할 때도, 심지어 아팠던 날들을 말할 때도 이재헌(37) 예비후보는 밝게 웃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정확히 알고, 그 일을 해내려고 최선을 다해본 사람의 단단한 웃음이었다. 청년정당 우리미래 소속인 그는 6·13 지방선거에 충북 청주시의원(가경동·강서1동)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슬로건은 ‘픽 미(Pick Me). 우리 언제 한 번 제대로 놀아봤나!’. 유권자들에게 나눠주는 명함엔 ‘위풍당당 청주백수’라고 새겼다. ‘빵빵한’ 이력 내세우며 동네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겠다 읍소해도 당선될까 말까인 선거에 “놀자”고 손 내미는 백수라니. 16일 가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예비후보는 “놀고 싶으면 놀고 싶다고 얘기하는 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의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 “일상 속에서 제가 제일 설레는 순간은 낮잠 잘 때, 산책할 때예요. 소소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즐겁게 노는 게 행복한 거죠. 그런데 논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래요, 일을 해야지 왜 노냐고. 정규직이 돼야지, 결혼해야지 그런 얘길 수도 없이 들었어요. 남들이랑 조금 다르게 살아도 존중받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이런 시선과 불편함을 저만 겪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회는 청년들에게 도전하라고 하지만 결국 실업률 낮으니 일해라, 출산율 낮으니 애 낳아라 이런 거잖아요. 청년들한테 뭐가 필요한지 묻기 전에,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놀 수 있는 자유를 얘기하려면 (사회적 인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당연해요. 정치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고 비전을 보여줘야 놀 수 있으니까요.” 제대로 놀자고 도전장 낸 ‘청주 백수’
천문학 전공하고 숲 해설가, 트레킹 코스 조성
뇌성마비 극복…약자 이동권 보장 ‘거북이 버스’ 구상 이 예비후보가 청주에서 놀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 포항에서 중·고교를,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에선 천문학을 전공했다. 선천성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사춘기, “신이라는 존재와 우주를 이해해보려고” 한 선택이었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고, 별이 어떻게 생겨났고, 생명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공부하는 게 재밌어서 박사 과정까지 진학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걸(천문학 공부를) 직업으로 삼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관련 연구원들)도 논문 찍어내는 ‘공장’이더라고요.” 그 길로 대학원을 그만두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렇게 시민단체 간사, 숲 해설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트레킹 코스 조성 등을 경험했다. 그러다 마음이 머무른 데가 숲이었다. 장애를 극복하려고 등산을 한 뒤로 몸이 건강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게 매력적이었다. 아픈 관절이, 맨발로 숲을 다니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고 피톤치드가 정말 면역력을 높여줄지 알고 싶었다. 그런 연구를 하는 데가 청주에 있는 충북대 대학원 산림치유협동과정이었다. 숲이 청주와 그의 연을 맺어준 셈이다. 지난해엔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로 10달반 일하기도 했다. 공공근로인데, 산불을 끄는 일이라 강한 체력이 필요하고 체력장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장애 극복이 제 인생의 동기였어요. 트레킹, 등산, 트리 클라이밍처럼 제가 제일 못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고 극한을 넘어서는 시도를 계속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거죠. 그런데 힘든 체력장 시험에 붙고, 더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건강이 나빠졌어요. 그제야 제가 몸을 혹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장애를 극복했다는 짧은 희열은 느꼈을지언정, 늘 남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아끼지 못하고 스스로 상처를 준 거예요. 그걸 깨닫고 나니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제까지 살아온 것에 만족하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청주백수’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재헌 예비후보는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헌 예비후보 제공
|
|
이재헌 예비후보는 “선거를 통해 연대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헌 예비후보 제공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