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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통합·선거 약진’ 눈앞 시험대
탕평인사 강조속 “실천의지 더 중요”민주노총 비율 축소…자신은 “경남지사 출마” 문성현 민주노동당 새 대표 체제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문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한 구상과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프레스공으로 시작해 줄곧 노동운동 외길을 걸어온 ‘뚝심’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이끌 2기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 직후 1기 지도부(김혜경 대표)가 출범할 때와는 사뭇 다른 ‘악조건’에 놓여 있다. 원내 진출 이후 깊어진 당내 정파간 갈등은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그대로 되풀이됐다. 민족·통일 노선을 강조하는 ‘자주파’(NL)와, 민중·계급 노선에 집중하는 ‘평등파’(PD)의 대결 속에서 11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문 대표 등 당 3역을 포함한 8명을 자주파가 휩쓰는 비대칭 구조가 재현됐다. 일부 당원들은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계획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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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의 민주노총 내분은 당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터져나온 민주노총의 내부 비리와, 최근 지도부 선거에서 나타난 비민주적 행태 등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진보정당의 생명은 역동성인데 정파 구도 안에서 ‘민주노총’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성역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새 지도부는 이런 분위기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당 지지율 하락이 큰 문제다. 한때 22%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8~9%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문 대표가 이런 안팎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는 “통합과 혁신으로 뚫겠다”고 다짐했다. “통합의 핵심은 인사”라며 “최고위원은 8 대 3이라고 하지만, 나는 결선투표에서 53 대 47로 이긴 사람인만큼 각종 인사에서 이 비율을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나를 지지해준 자민통(자주파) 그룹도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민주노총에 대해 문 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소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도 무산된다면 의원들과 함께 반드시 할 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이 당 대의원·중앙위원의 28%를 차지하도록 한 부문할당제에서도 민주노총의 비율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문 대표는 부유세 등 ‘양극화 해소 대책’과 ‘5·31 지방선거’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회견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연대세 성격의 ‘부유세 프로그램’과 무상의료제 도입을 정치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5월 지방선거를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에 당내 대선 예비주자로 꼽히는 권영길·노회찬 의원 등을 전면 배치해 대중적 관심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김종철 전 최고위원과 박용진 대변인, 정종권 서울시당위원장 등 30대 젊은 후보들을 경쟁시키고, 경남도지사에 자신이 직접 출마함으로써 흥행몰이를 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문 대표 체제를 놓고 당 안팎에선 “오랜 노동운동 경험을 갖춘 만큼 위기 돌파의 적임자”라는 기대와 “자주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이상 한계가 뻔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방향을 천명했으면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인력과 재정 등을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지도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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