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1 22:11
수정 : 2006.03.21 22:11
서울시 교부금으로 지었다지만…
건축주 이름 새기는 경우 드물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의 상량문에 이명박 시장의 이름을 새겨 넣은 사실이 21일 알려지자, 상량문에 적힌 글자의 의미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잠원동 테니스장의 상량문은 3층 높이 천정의 한가운데에 세로 1m, 가로 20~30㎝의 금속성 재질의 판에 새겨 있다. 본래 상량문은 건물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한 대들보를 얹기에 앞서, 이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운을 축수하는 글이다.
내용은 ‘입주상량’ 넉자를 쓰거나 ‘세상의 귀신들에게 세가지의 빛나는 행운과 오복을 비는’ 내용의 문구 또는 건축주가 좋아하는 시구 등을 적어넣는다. 건축주가 태어난 해(운)와 상량일도 적는다.
김홍식 명지대 교수(건축학과)는 “옛날엔 세상의 귀신들에게 건축주의 이름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을 꺼려 건축주의 이름 석자는 곧바로 쓰지 않으며 왕 이름을 표기한 것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건축비평가인 이용재씨는 “보수공사 때문에 옛 궁궐들을 해체해 보면 공사에 참여한 목수들의 이름이 상량문에 적혀 있어 세월에 묻혀 잊혀진 민초들을 추적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며 “현세에 재산과 권력을 누린 사람들일수록 자기의 이름을 대들보 위에 쓰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다.
한편, 상량문에 적힌 ‘용(龍)’과 ‘구(龜)’의 의미는 화재를 막기 위해 부적처럼 쓰는 글자로 밝혀졌다. 용과 거북이는 길(吉)한 동물이자 물 속에 살아 불을 막아준다는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황제테니스 의혹 진상 조사단’은 “거북이는 영원을, 용은 왕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갖다붙인 바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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