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1 22:48
수정 : 2006.04.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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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조성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단지 안에 ㈜한독산학협동조합이 신축 중인 건물. 외국인 전용 부지를 국내 기업이 공급받아 상가와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거액의 개발 이익을 얻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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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실패로 이름만 첨단단지
서울시의 택지 특혜 분양 의혹이 불거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지난 2001년 고건 전 서울시장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 단지를 만들 목적으로 기획된 곳이다. 서울시민의 생활쓰레기로 뒤덮였던 난지도 매립지를 공원으로 바꾸고 월드컵 경기장을 세우며 상암동 택지를 개발한 것도 ‘디엠시’라는 큰 그림과 맞물린 구상이었다.
서울시는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17만6231평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고 여기에 각종 지원을 쏟아부었다. 첨단 정보통신(IT) 기업이 입주할 것이라 내다보고 ‘테라급’ 이상의 광통신 기간망을 깔아 이를 서울시 전용 정보고속도로와 연결하기로 했다. 국내외 유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택지를 공급할 때는 시장 가격이 아닌 감정 가격으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기로 방침을 세웠다.
특히 외국기업에는 터·건물에 대해 장기 임대 법인세 감면(5년 동안 100% 면제, 그 뒤 2년 동안 50% 면제), 지방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토지세) 감면(7년 동안 100%, 그 뒤 3년 동안 50% 면제)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성공적인 사업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벤처오피스빌딩·첨단산업센터·외국인 임대아파트 등의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디엠시의 대표 도로인 ‘디지털미디어 스트리트’를 첨단미디어를 맛볼 수 있는 거리로 꾸민다는 계획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도, 그동안 서울시는 한독산학협동단지 이외엔 내세울 만한 외국의 첨단 아이티 기업들을 잡지 못했다. 이번에 택지 분양특혜 의혹이 제기되기에 앞서, 서울시의 한 고위간부는 “디엠시를 산업단지로 키워나가려고 하지만, 투자자들이 자꾸만 돈이 되는 주상복합 건물을 짓길 원해 계약이 잘 성사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주상복합 건물 등의 경우 ‘첨단 산업단지’가 아니라 천문학적 이익을 안기는 또하나의 ‘투기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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