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석명 차원’ 해석…‘소야’ 3당 공조카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권고 거부 이후 열린우리당이 `기수'를 대야강경 쪽으로 급격히 틀기 시작했다.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 발목잡힌 민생법안의 처리를 위해 `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실력행사에 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 이에따라 작년말 사학법 파동당시 등장했던 `한나라당 배제+소야(小野) 3당'과의 공조카드가 여당 원내운영의 중심기조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의 권고를 거부한데 따른 일종의 `석명'의 의미로 보인다. `양보할 수 없는 원칙'에 따라 권고를 거부하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이 `고민'하는 민생법안 처리는 여당이 `책임지고'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을 끝까지 챙기는 `안정된 집권여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새롭게 다지면서, 선거의 최대 악재로 떠오를 수 있는 당청간 균열조짐도 미리 차단해보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3.30 부동산대책 후속입법이 여당이 밀어붙일 대표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회기내 처리가 안되면 시장에 곧바로 악영향을 끼치는 민생법안인데다 노대통령의 `애착'이 깊이 배어있는 법안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원내지도부와의 `조율'을 거친 우리당 건교위원들은 이날 오전 건교위 전체회의를 소집, 부동산 법안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국방위에 계류중인 국방개혁기본법과 재경위에 계류중인 국가재정법도 이날중 강행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의 이 같은 구상에 민주당이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우리당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여당의 편법적 국회운영'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돈공천' 파문 이후 급격히 냉각된 양당의 관계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여+소야3당' 공조카드가 온전한 형태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워보인다.그러나 원내의석 분포상 여당(142석)과 민주노동당(9석) 만으로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 우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비정규직 입법에 `손대지 않는' 조건으로 여당과 선별 공조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관건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여부다. 현재 여당이 회기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민생법안 대다수가 상임위 단계에서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회기내 처리하려면 김원기(金元基) 의장이 법안을 직권으로 올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우리당 지도부는 조만간 김 의장을 만나 본회의 직권상정을 정식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 김 의장측은 "요청이 오면 관례에 따라 적절한 수준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생법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의장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게 여당의 기대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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