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당적 서민경제 회복 대책 마련”
출총제 개선 주장도..당청 정책조율 주목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방향키를 잡은 열린우리당호(號)가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는 듯한 모습이다.
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영등포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라는 특별기구를 의장 직속 기구로 설치키로 결정했다.
김 의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취임일성으로 제기한 `민생우선론'의 후속대책인 셈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서민경제회복추진본부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시절 `수출대책회의'와 같은 특별기구의 위치를 갖게 될 것"이라며 "거당적인 서민경제 회복 대책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발빠르게 민생우선론의 후속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김근태 체제' 출범에 대해 당내 다수세력인 실용파가 가졌던 "좌파성향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상당부분 해소된 모습이다.
대표적 실용주의자인 정장선(鄭長善) 상임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가성장 필요성에 대한 김 의장의 인식은 정확한 것 같다"며 "김 의장에게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보수성향인 정덕구(鄭德龜) 의원도 "김 의장이 중도실용주의적 시장경제정책으로 가는 방향성을 보였다"며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민생우선론에 대해 실용파가 의구심 대신 신뢰감을 표시하는 것은 김 의장의 적극적인 사전정지작업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기자간담회 전에 실용파의 주요인사들에게 발표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고 한다. 또한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당내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는 설명이다. 실용주의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이 김 의장 혼자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실용파의 마음을 돌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야파 소속인 이호웅(李浩雄) 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현행 부동산정책기조의 부분적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부겸(金富謙) 상임위원도 부동산 과세체제의 문제점을 제기한 상태다. 참여정부 정책기조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실용주의 진영은 물론 개혁주의 진영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급격한 당의 정책노선 변화로 인한 당청갈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 의장이 언급한 `추가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참여정부 정책노선과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장 당내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재벌정책인 출자총액제한 제도까지 과감히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출총제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지만, 실효성을 떠나 현 정부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총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작년초 출총제 논란 당시 현행 출총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한편 당내 개혁파 소속 인사들은 당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실용노선으로 기우는데 대해 특별한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참정연 소속인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못읽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대로 가야한다"며 "서민경제를 챙긴다는데 실용과 개혁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야파 소속인 한 재선의원도 김 의장이 성장론을 제기한다고 해서 재벌옹호론자로 오해할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며 "당이 비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의장의 스탠스는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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