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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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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새대표에 강재섭 의원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웃었다. 뜨거운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 속에 치러진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박심’을 앞세운 강재섭 의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애초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오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서 ‘강한 대표론’으로 여론을 선도해 갔으나, 강 의원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박 전 대표의 힘이 작용한 탓이다.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엄정한 중립’을 표방했으나, 그의 측근들이 강 의원 지지 운동에 발벗고 나섰고, 막판에는 박 전 대표 자신까지 직접 당내 인사들에게 전화를 거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그 결과, 국회의원과 시·도지사 등 각종 공직 선거에 이어 당내 경선에서도 ‘박풍’의 위력은 확인됐다. 강 의원 본인도 경선 과정에서 “이재오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전 시장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솔직히 대리전이다”라며, 공세적인 태도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여기에다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 의원을 겨냥해 끊임없이 정체성과 신뢰성 시비를 제기하며 ‘믿을 수 있는 대표론’을 편 것도 적지 않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대표 체제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새 대표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고, 내년 대선후보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열혈 측근으로 꼽히는 전여옥 의원이 최고위원단에 들어감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국회의원 신분도 아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당내 활동 공간이 좁아져,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전 시장 역시 직접 이재오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거는 등 비상한 신경을 쓰고도 ‘박풍’에 밀려 약세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초조함은 더 크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스스로 강조해온 ‘엄정 중립’ 원칙을 깼고, 진중하고 의연한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었다. 강 신임 대표 또한 경선에서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 편’을 선언함으로써 공정한 대선후보 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심을 자초했다.당 대표 경선이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 전초전으로 진행되면서 서로를 향한 원색적 비난과 사상 논쟁, 줄세우기 등의 구태가 나타나고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은 모두의 패배이자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의원은 “어차피 집단지도체제이므로 당 대표를 차지하려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대선주자들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경선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였다”며 “박근혜-이명박의 갈등이 지금부터 표면화해 당 집권 전략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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