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1 19:12
수정 : 2006.07.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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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의원이 투표 전 손을 치켜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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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전당대회 경선결과 의미]
직접 전화로 지지 호소 ‘박풍’ 위력
박근혜 대선행보 유리한 고지 선점
색깔논쟁 등 깊어진 갈등 숙제로
결국 강재섭 의원이 웃었다. 더불어 박근혜 전 대표도 미소지었다.
뜨거운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 속에 치러진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박심’을 앞세운 강재섭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경선전은 이재오 의원이 ‘직전 원내대표’의 프리미엄에 ‘강한 대표론’을 더해 여론을 선도하는 흐름이었으나, 강 의원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엄정 중립’을 표방한 것과는 달리, 막판에 측근들은 물론 자신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강 의원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적극 움직였다고 한다. 각종 공직 선거에 이어 당내 경선에서도 ‘박풍’을 과시한 것이다.
강 대표 본인도 “이재오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전 시장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솔직히 대리전이다”라며,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여기에다 이재오 의원을 겨냥해 정체성 시비를 제기한 전략도 효과를 낸 것 같다.
강재섭 체제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새 대표는 2명의 최고위원을 지명할 수 있고, 대선후보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열혈 측근인 전여옥 의원과 강창희 전 의원, 정형근 의원 등 ‘친박’ 성향 인사들이 최고위원회를 장악한 점도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회의원 신분도 아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당내 활동 공간이 좁아졌다. 이 전 시장 역시 직접 이재오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거는 등 비상한 신경을 쓰고도 ‘박풍’에 밀렸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대리전’ 구도로 가면 박 대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 전 시장이 대리전의 빌미를 준 게 이재오 의원의 패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강조해온 ‘엄정 중립’ 원칙을 깼고, 진중하고 의연한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었다. 강 신임 대표 또한 경선에서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 편’임을 선언함으로써 공정하게 대선후보를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을 자초했다. 당장 이재오 새 최고위원은 경선 결과 발표 뒤 인사말을 통해 “당이 특정 (대선) 후보의 대리가 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겠다”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선이 사실상 대선후보 간의 전초전으로 진행되면서 원색적 비난과 사상 논쟁, 줄세우기 등의 구태가 나타나고,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은 모두의 패배이자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 의원은 “집단지도체제인 만큼 당 대표를 차지하려 사생결단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도 대선주자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경선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였다”며 “박근혜-이명박 갈등이 지금부터 표면화해 집권 전략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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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새 대표는?
민정당 전국구로 정계입문 ‘순탄한 행로’
최근까지 대선꿈…‘킹메이커’로 궤도수정
강재섭(58·대구 서) 한나라당 새 대표는 13대 국회 때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5선을 기록하며 비교적 순탄한 정치행로를 걸어왔다. 박희태·이상득 의원과 함께 당내 ‘민정계’의 맥을 잇는 인물로 통한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검사 출신으로, 5·6공 시절 청와대와 안기부에서 일했으며,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민정당과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구·경북 지역의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다.
온화한 성품의 화합형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5선의 경륜에 비해선 자기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듣는다. 그는 지난 1998년 이회창 총재의 당권에 도전했다가 9일 만에 불출마로 돌아섰다. 또 최근까지 대선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으나 “지금은 정권 교체를 위해 희생·봉사할 때”라며 당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11일 경선 연설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저를 버렸다”며 “대선후보를 태양처럼 만들고 저는 ‘그림자 대표’가 돼서 반드시 청와대로 보내드리겠다”고 부르짖었다. 한때의 ‘대선주자’가 ‘킹 메이커’로 궤도를 수정한 것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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