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2 10:59
수정 : 2006.07.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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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지도부 구성 후 12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처음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대표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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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첫회의 불참..강대표 ‘봉합노력’ 일성
‘박근혜-이명박’ 돌이킬 수 없는 선 넘었다 분석도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 체제를 탄생시킨 7.11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예상밖으로 심각한 양상이다.
대표 경선에서 강 대표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차점자로 `석패'한 이재오(李在五) 신임 최고위원이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벌써부터 지도부간 내홍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 최고위원은 12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경선 불복종'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돌출행동에 가깝다.
이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며칠 조용히 지내며 생각을 정리한 뒤 활동할 생각"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막판 경선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회의불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대표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지도부간 감정의 앙금이 여과없이 노출되면서 향후 본격적인 갈등국면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당내에 팽배하다.
특히 이번 전대가 사실상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구도로 치러지면서 두 대선주자 진영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분석과 함께 이러다가 자칫 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의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과거처럼 대권도전의 강력한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를 뽑는 선거도 아니었는데도 이 정도의 갈등과 반복이 초래됐다면, 대선후보를 정하는 경선때는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얘기이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박 전 대표 측근들이 `박심'(朴心.박근혜 의중)이 어디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사실상 줄세우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의 소장파 의원도 "이번 전대는 대리전과 줄세우기, 색깔론 등 구태의 종합판이었다"면서 "이런 식으로 대선까지 당을 어떻게 온전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서 일성으로 "전대 후유증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것은 서로 사랑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잘 봉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작업에는 지난한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선 후유증은 당내 소장중도파 모임인 `미래모임'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권영세(權寧世) 후보가 탈락한데 대한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향후 진로를 숙의했다.
선거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자리였지만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구태를 근절하고 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미래모임이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회의적인 시각 또한 적지 않았다.
모임 소속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래모임의 틀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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