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4 13:41
수정 : 2006.07.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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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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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당 홈페이지에 글올려 강 대표 ‘색깔론’ ‘대리전’ 맹비난
“강재섭 대표는 이재오 의원에게 ‘색깔론’ 사과하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이후 당무를 거부하고 전남 순천의 선암사에서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소장파 핵심인 남경필 의원이 강재섭 대표에게 ‘이재오 의원 색깔론’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동안 주로 상대당과 상대 후보를 향한 비수이던 한나라당의 ‘색깔론’이 한나라당 안에서 상처를 낸 뒤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 대표 선출을 놓고 불거진 이재오-강재섭 두 후보간의 경쟁이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더니, 이번엔 지도부와 소장파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화농의 핵심은 ‘색깔론’이다.
강재섭 대표가 소장파를 달래기 위해 소장파 의원들에게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홍보기획본부장, 여의도연구소장 등 주요 당직을 맡길 의사를 밝혔지만, ‘색깔론’으로 인한 내홍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 의원은 14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 대표가 ‘동네 이장선거에도 후유증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을 들었다”며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에 대한 인식과 상황 판단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강 대표의 ‘색깔론’과 ‘대리전 공개 선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움에도 최소한의 룰이 있고 정치에는 넘어선 안될 선이 있는데 그 금도를 넘어섰다”며 “강 대표가 ‘선거과정에서 득표 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여러 방법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는데, 색깔론과 대리전 공개 선언이 여러 득표 방법 중 하나인가”라고 반문했다.
◇남경필, “색깔론으로 이재오 의원 공격한 것은 군사정권 시절 공작정치”
남 의원은 “한 당에서 10년을 함께 한, 그것도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낸 분에게 느닷없이 사상검증을 들이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색깔론으로 이 전 원내대표를 공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공작정치에 다름 아니다”고 규정했다. 남 의원은 “마약과도 같은 색깔론에 빠져 한나라당의 시곗바늘을 80년대로 되돌려놓았다”며 “그만큼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도 줄어들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남 의원은 대리전 논란과 관련해서도 “저쪽(이재오 측)은 대리전이 아니라 했고 강 대표는 경선 이틀 전 만천하에 대리전임을 선언했다”며 “득표에는 분명 도움이 됐겠지만 그 순간 강 대표는 지도자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 의원은 강재섭 대표에게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사과를 주문한 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반의 대표, 존경받지 못하는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비극”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당대회 이후 당무를 거부하고 순천 선암사로 내려간 이재오 최고위원도 14일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뿐 아니라 색깔론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내가 당 대표가 안돼서, 1등이 아니라 2등이어서가 아니다”며 “10년 동안 함께 한 동료에게 ‘색깔’을 덧칠하려는 한나라당의 행태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 최고는 “나는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3번, 사무총장, 원내대표를 했다. 바로 6개월 전에 의원들 스스로 나를 원내대표로 뽑아주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어떻게 나를 빨갱이로 몰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 지도부 ‘친박·영남·5공 세력’…소장파 ‘안배’해도 구색 맞추기 우려
이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충격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최고위원과 남 의원이 공개적으로 강 대표를 공격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전당대회의 부진을 털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소장파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형오 의원 역시 박근혜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부산 출신이자, 정책위 의장에 선출된 전재희 의원이 경북 출신이라는 점도 이들의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또 강 대표가 수습방안으로 지명직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을 소장파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보수 일변도의 지도부 분위기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구색 맞추기’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격에 맞대응대신 ‘소장파 아우르기’와 이재오 최고 끌어안기에 나설 뜻을 비친 상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표 선거 국면에서 강재섭-이재오 경쟁을 공개적으로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으로 환원하고, ‘색깔론’을 불지핀 강재섭 대표의 ‘변신’과 ‘화합책’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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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의원의 14일 글] 강재섭 대표님, 진심으로 사과하십시오.
어제 아침 대표님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으며 출근했습니다. 실망스러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득표 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여러 방법을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동네 이장 선거에도 후유증이 있는데...”
전당대회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후유증에 대한 대표님의 인식과 상황 판단이 이 수준이라면 우린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대표께서 전당대회 중에 이용했던 ‘색깔론’과 ‘대리전 공개 선언’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대표님, 색깔론이 선거과정에서 득표 활동의 일환으로 나올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입니까? 표를 더 얻기 위해 대리전임을 공개 선언한 것 역시 여러 득표 방법 중 하나입니까? 싸움에도 최소한의 룰이 있습니다. 정치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습니다. 그 금도를 넘어선 것 입니다.
색깔론으로 이재오 전 원내대표를 공격한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 당에서 10년을 함께 한, 그것도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지낸 분에게 느닷없이 사상검증을 들이 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공작정치에 다름 아닙니다. 이런 한나라당을 보며 국민들이 느꼈을 뼈 속 깊은 혐오와 아득한 공포를 생각해 보십시오. 마약과도 같은 색깔론에 빠져 한나라당의 시계바늘을 80년대로 되돌려놓았습니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도 줄어들었습니다. 아울러 상대방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대리전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이었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양쪽이 50보 100보라고들 합니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줄 세우기, 술밥사기, 세 불리기... 미래모임 단일화 과정에서도 세 불리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결코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잘못에 대해 사과드리며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 다른 점도 있습니다. 저쪽은 대리전이 아니라 했고 대표께서는 경선 이틀 전, 대리전임을 만천하에 선언했습니다. 득표에는 분명 도움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 대표께서는 지도자임을 포기 한 것입니다. 대리인, 관리인으로 스스로 자리매김 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대부분 화장실에서, 운동장 구석에서 선생님 몰래 핍니다. 잘못이란 걸 알기 때문이죠. 만약 교무실 앞에서 버젓이 담배 피우는 학생이 있다면? 잘못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아니면 학생임을 포기 한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나라당 대표는 지도자여야 합니다. 지도자임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가 당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선승리가 가능합니다.
‘색깔론’과 ‘대리전 공개 선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하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이런 구태가 한나라당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하십시오. 그래야 대못이 박혀 닫혀버린 분들의 가슴을 열 수 있습니다.
대선승리의 기본적 필요조건인 당의 화합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표께서는 절반의 대표, 존경받지 못하는 대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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