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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오해·시비 다 잊고 힘 합치자”
이 “대승적 차원서 생각해보겠다”
우산 하나 함께 쓰고 비 흠뻑 맞으며 ‘산중 대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전남 순천의 선암사에서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찾아갔다. 당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박근혜-이명박’ 대리전과 색깔론으로 얼룩진 7·11 전당대회의 후유증은 강 대표의 방문으로 외견상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박재완 비서실장과 함께, 이 최고위원이 전날부터 머무르고 있는 선암사에 도착했다. 이 최고위원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법당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 중이었다.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에게 “전당대회 과정에 여러가지 오해와 시비 등이 있었는데 깨끗이 잊고 미래를 위해서 함께 나아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하루빨리 당무에 복귀하셔서 7·26 재·보궐 선거, 수해대책 등에 함께 전력을 다하자”고 요청했다고 박 비서실장이 전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여러가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이 당무 복귀에 대해 확답을 하진 않더라”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재섭 대표와 이규택 의원 등이 자신에게 “운동권 출신”, “좌파” 라며 ‘색깔 공세’를 편 것에 크게 상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이날 이 최고위원을 ‘이 선배’라고 부르며 “잘 해보자고 한 것이 가슴 아프게 한 것 같다.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참선 중인 법당 앞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해 잠시 기다렸다. 강 대표는 법당에서 나오는 이 최고위원에게 “혼자서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지내시느냐. 덕분에 우리도 좋은 경치 구경 오게 됐다”고 농담섞인 인사를 건넸고, 이 최고위원은 “비도 많이 오는데 이렇게 먼걸음을 하셨느냐”며 맞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하나의 우산을 함께 쓰고 걸으며 대화를 해 둘 다 비를 흠뻑 맞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두 사람의 대화 중간에 태고종 종정인 혜초 스님과 권금용 선암사 주지 스님이 “두 분이 힘을 합치면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잘 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 앞서 강 대표는 지난 13일 밤 선암사로 내려간 이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을 통해 이 최고위원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강 대표는 14일 오전 귀경한 이 의원을 만난 뒤, 선암사로 가고자 낮 12시 여수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은 “모두 다 당을 위한 것인데, 이 최고위원이 연휴 기간에 산행을 마친 뒤 다음주 초에는 당무에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측근은 “색깔론으로 입은 상처가 생각보다 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당무에 복귀하더라도 앙금을 완전히 씻어버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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