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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지인들과 지리산에 오르며 자신과 강재섭 대표의 대화 내용이 실린 기사를 읽고 있다. 구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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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불공정 경선 진상조사” 뜻 비쳐
갈등 봉합 국면…앙금은 남을 듯
한나라당 대표 경선 결과에 반발해 지난 13일부터 전남 순천 선암사에 머물러온 이재오 최고위원이 16일 당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이명박’ 대리전과 색깔론 논란으로 촉발됐던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밤의 ‘하산’결정=이 최고위원은 이날 밤 “당원과 국민이 뽑아준 자리에 충실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수해가 났기 때문에 개인과 당의 문제는 산사에 묻고 17일 귀경해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겠다”고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귀경 직후에는 지역구(서울 은평을) 수해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최고위원직 문제는 국민의 마음과 당원 동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고, 이 의원 쪽은 “사실상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이 복귀를 결심한 것은 연휴를 강타한 폭우 피해가 직접적 요인이자 명분이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는 반발을 지속할 명분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무복귀 문제로 시간을 더 끌 경우, 자칫 ‘피해자’에서 ‘경선 불복자’로 처지가 바뀔 수 있는 미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선암사를 찾아간 정두언 의원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당무에 복귀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응어리’는 남는다=이 최고위원이 복귀하더라도, 이는 당내 갈등의 근원적 해결이라기보다 미봉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최고위원의 ‘선암사행’은 본질적으로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빚어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이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강재섭 대표는 이 최고위원에게 쏟아진 ‘색깔론’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박근혜 전 대표의 강 대표 지원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한 측근 의원은 “당무에 복귀하더라도 색깔론과 박 전 대표의 강 대표 지원 의혹은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의 밑바닥에는 내년 대선후보 선출 방식과 시기 등을 둘러싼 갈등이 내포돼 있다.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 비춰, 내년 대선후보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해 왔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 의원은 “현재의 지도부 구성이나 ‘친박’ 성향이 강한 대의원 구조로 볼 때 내년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원과 일반 국민이 5 대 5의 비율로 참여하도록 한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은 7·11 전당대회의 ‘불공정성’을 강조함으로써, 대선후보 선출 방식 변경의 명분을 쌓아둔 셈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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