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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6:11 수정 : 2005.07.14 16:17

지도부 ‘관변단체육성법’ 폐지 포기에 맹비난

일부 새마을 회원들 “스스로 거듭날 때” 자성

“내년 지방선거를 관변단체 지원(동원) 받아서 치르겠다는 건가? 유신, 5공 시절부터 지역에 똬리 틀고 국민 혈세 받아 챙기는 토호들이 우리당 도와준다고 하는 말을 믿나? 이거야 원 멍청해도 유분수지.” (우리당 당원 ‘이봉규’)

“당론채택 않다니? 로비를 받아도 아주 심하게 받으셨나 보네. 그 주요 인물이 누군지 알려주시죠. 나도 반대 로비 해보게^^”(〃 ‘mean4me’)

“죽으려면 무슨 일을 못한답니까. 눈앞의 표는 급하고. 썩어버린 부분을 잘라내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여기나 보지요.”( 〃 ‘폴리홀리’)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화났다. 지도부가 3대 관변단체 지원·육성법에 손대지 않기로 한데다 ‘총대’를 매고나선 홍미영 의원이 폐지안을 내지 못하도록 만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다. 일부 당원들은 당원 홈페이지(www.eparty.or.kr)에 “어떻게 관변단체 로비에 밀릴 수가 있느냐”며 지도부를 성토했다. 또 지도부의 만류와 관변단체들의 전방위 압력을 뿌리치고 13일 관변단체 지원·육성법 폐지안을 낸 홍미영(www.miyoung4u.com), 유승희(www.ysh21.or.kr) 의원의 홈페이지를 지지방문하고 있다.

고은광순 전국여성위원회 운영위원은 당원게시판에 쓴 글에서 “세상에 로비에 밀릴 것이 따로 있지, 선거 때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하부조직으로 극성스레 위력을 떨치던 새마을운동협의회의 로비에 밀리냐”며 “우리가 그들의 로비에 밀리면, 그들은 우리를 얕잡아 보면 보았지 우리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고 지도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또, 우리당 당원 최인철씨는 “우리당 집행부만 잘하면 지방선거 승리 문제 없느냐”며 지도부에 대해 인터넷 당원재판을 제안했다.

우리당 바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진중권 중앙대 독문학과 겸임교수는 14일 아침 <에스비에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SBS 전망대’를 진행하면서 열린우리당이 관변단체의 선거 압박에 굴복해 “관변단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비판한 뒤, “진정한 ‘개혁’이란 설사 선거에 지더라도 그런 더러운 표를 거절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관변단체들의 지원에 수백억원을 쓰면서, 전기료를 못 낸다고 전기를 끊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개혁’인가 보다”고 여당을 비꼬았다.

새마을 회원들 “세상 변했는데, 새마을 조직만 30년 그대로”

우리당 당원들이 지도부를 향해 비판을 하고 있는 사이, 새마을운동 단체 회원들은 새마을중앙회 홈페이지(www.saemaul.com/center) 게시판에서 폐지안 제출을 주도한 홍 의원과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3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새마을뿐”이라며 “새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누리꾼 ‘이대로 안돼’는 “지금의 새마을은 예전 타성에 젖어 분간 못하고 아까운 국민 세금이나 낭비하고 있음을 실제로 보고 느낀 지도자”라며 “사무국 직원을 위해 회원들을 이리저리 부려먹고…온갖 사업은 새마을이 해야하는 양 남의 밥그릇까지 손대는 이런 상황에서 어찌 새마을이 예쁘게 보여질 수 있느냐. 새마을을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염증을 느끼고 떠나고픈 심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은 30년 전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라며 “새마을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신세대 부녀회장이라고 밝힌 누리꾼 ‘신세대’는 “아직도 새마을의 특혜만을 믿고 조직 존속에만 신경쓰고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며 “초가집은 이미 없어져 민속촌에 고이 보존되어 민속유산이 되었다. (중략)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는데, 오직 새마을 조직만 30년 그대로 새마을 가족 모아 놓고 태극기 앞에서 새벽종이 울렸네 어서어서 일어나를 부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새롭게 태어나야” “뼈를 깍는 자성”

누리꾼 ‘젊은 지도자’는 “우리는 스스로 이런 위기를 불러오지 않았나 한다”며 “너무 변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혁신적인 새로운 운동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만 아직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 ‘쓴소리’도 “이 기회에 뼈를 깎는 자성과 전열을 가다듬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고, ‘양천 학부모회’도 “우리도 새롭게 거듭나는 적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섭 양천구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원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60~70년대와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아버지 세대의 새마을 명칭을 새롭게 바꾸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신세대가 지도자로 입성할 수 있도록 현실감각에 부응하는 단체로 거듭나는 각오가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본다”며 “온 국민이 현실에 공감하는 각종 운동 등으로 목표를 개발하고 공공의 적을 배제하고 정화할 수 있는 폭넓은 운동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 ‘새마을사랑’은 “시대변화에 맞게 새마을운동의 정체성을 확립해 한다”며 “새마을 이름만 놔두고 다 바꿔야 합니다. 사업도 이것 저것 해봐야 표도 안 나니까 단순하게 해서 집중해야 합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새마을단체 내부에서 자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왜 하필 지금 터져나오는 것일까.

<한겨레>는 6월말부터 새마을을 비롯해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국민운동단체’로 출발해 관변단체 구실을 충실히해온 자유총연맹과 바르게살기협의회 등의 문제점, 특히 이들 단체에 아직도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보도했다. 이에 정치권이 관변단체 지원육성법 폐지에 나서 세금 낭비를 막으려 하자 이들은 ‘단체를 없애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지도부임을 자처한 몇몇 이들은 폐지안에 서명한 의원들 방에 전화를 걸어 “다음 선거 때 도와주겠다”며 회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과반에 육박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관변단체 지원육성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에게 고마운 결정을 내려준 열린우리당의 성의에 보답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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