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9 18:18
수정 : 2005.08.09 18:19
`도청 정국'이 민간기구에 도청자료 공개여부 결정을 위임하자는 특별법과 특별검사에게 사건 수사.공개를 맡기자는 특검법의 대립 양상으로 굳어지면서 민주노동당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노당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과 함께 특검법을 공동발의하는 동시에 `절묘하게도' 김영삼 정부 시절의 안기부 테이프 공개여부를 특검 또는 검찰총장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별도로 제출했다.
특검법의 범주만 놓고 보면 온전하게 야당 색깔을 낸 것이지만, 특별법 문제에 있어서는 테이프 공개의 주체를 빼면 여당 쪽 입장과 대동소이한 법안을 낸 셈이다.
따라서 민노당은 이번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우리당의 양보를 받아내 자신의 특별법을 관철하든지, 아니면 확실한 야권공조를 통해 특검법을 관철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는 결국 `특별법 vs 특검법' 대치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이 지난해만해도 변변한 힘을 못쓰면서 10석의 `부족함'에 낙망했던 것과 달리 최근 부쩍 캐스팅보트 역할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4.30 재.보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돼 자신들이 움직이면 여야 어느 한편이 과반을 채울 수 있게된 `우호적인' 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시 10석인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이번 도청정국 만큼은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령과의 관계때문에 `당사자'입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여야 정당중 유일하게 도청문제와 무관한 민노당만이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노당은 이미 `선행학습'도 했다. 이미 지난 6월말 여야가 팽팽히 대립한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안 표결과정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주며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는데 있어 `적지만 큰 10석의 힘'을 과시한 바 있어 이번 `도청 정국'에서도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태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이 수적 우위에 있는 법사위에서 야당의 특검법을 부결시킨 뒤, 민노당과의 공조를 통해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우리당이 특별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하더라도 전체 의석수에서는 과반에 미달하는 만큼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고, 설사 단독으로 통과시키더라도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그나마 가장 입장이 근접한 민노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노당도 이날 제출한 특별법에서 도청자료 공개의 주체를 `특검'으로 못박지 않고 `보유기관의 장'으로 규정해 여지를 둔 것은 특검법 부결 이후 협상 과정까지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처럼 민노당이 대여 공조에 들어갈 경우 한나라당도 이를 막기 위해 나머지 야당들과 함께 민노당 지키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도청정국에서 민노당은 `블루칩'으로 성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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