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방향 놓고 `중구난방'식 논란
열린우리당이 28일 `연정논의'의 해법으로 선거구제 개혁입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야당과의 협상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당내에서 조차 `중구난방'식으로 논란이 분분해 단일화된 당론 채택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선거구제 `손질' 문제는 각 정당은 물론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사안인 탓에 당 지도부의 `희망'대로 29일부터 열리는 우리당 의원워크숍에서 `공통분모'가 형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핵심당직자는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는 `열린자세'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개헌논의보다 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야권을 향해서는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어떤 방안도 협상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내 논의가 `교통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협상여건'이 마련돼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선거구제 개편향방을 둘러싼 당내 논의는 중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독일식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 양원제, 도농복합선거구제 등 여러갈래로 나뉘어 있다. 여권내에서 연정논의와 맞물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선거구제 개혁방안은 단연 중대선거구제다. 영.호남 지역구도를 고착화시켜온 현행 소선거구제의 틀을 통째로 바꿔 지역구를 현행보다 크게 하고 지역구별로 3∼5인을 뽑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 그러나 당장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림돌이다. 다음 선거까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자칫 자신의 지역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제 개편에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이 때문에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가 보다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분위기다. 비례대표의 정당투표 단위를 5∼6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명부를 별도로 작성하면 여야가 서로 열세지역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해 지역구도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다만 비례대표의 대폭 증원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이 난제다. 지역구 의원(현 243명)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현 56명)을 늘리는 것은 지역구 의원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고 지역구 의원은 놔두고 비례대표 의원만 늘리는 것은 의원정수의 증원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다. 유시민 의원 등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단순 다수독식제'에 따른 민의왜곡을 시정해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도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박병석 의원 등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지방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언급한 `양원제'가 적절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개헌논의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독자적 논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당내 논의가 접점을 찾기 어려운 흐름을 보이면서 일부에서는 단일화된 당론채택 보다 여러 개의 복수안을 내놓고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설사 우리당이 당론으로 선거구제 개혁법안을 확정하더라도 야권과의 협상은 산너머 산의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구제 개편은 그동안 여야간 협의타결을 원칙으로 해왔기 때문에 여권내부의 의견정리보다 몇배는 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논의는 당장 연정논의의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여권이 힘차게 추진에 나선다 하더라도 당장은 정치공방의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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