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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9 15:55 수정 : 2005.08.29 18:09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박승화 기자

홈피 글서도 부적절한 표현 논란

한나라당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 예결특위 회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회의장 밖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정 의원은 또 29일 한나라당 및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추 장관을 `미친 X'라고 표현, 뒷말이 무성하다.

정 의원은 지난 23일 예결특위 2004년도 결산안에 대한 종합질의에서 추 장관과 부동산대책에 대해 질의답변을 벌이다가 이명박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뉴타운 개발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여가며 설전을 벌였다.

당시 추 장관이 서울부시장 출신인 정 의원에게 "위원님은 서울시장 대변자 아닙니까"라고 하자, 정 의원은 "당신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요"라고 따졌고, 추 장관은 다시 "당신이라니..."라고 받아치는 등 막말이 오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두 사람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회의장 밖 2라운드로 이어졌다.

정 의원은 질의를 마친 뒤 회의장 밖에서 다른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추 장관이 다가와 말을 걸려하자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뜸 "가 이 XXX야"라며 추 장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추 장관은 자신보다 8살 연하인 정 의원으로부터 다른 부처 장관 및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변'을 당하자 당황해하며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서둘러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이 자꾸 쫓아와서는 종잡을 수 없는 얘기를 하길래 `사과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지..'라고 하길래 한 마디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이 추 장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적인 자리에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발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어 정 의원은 연합뉴스 보도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당시에 내가 일방적으로 욕을 한 게 아니다"면서 "흥분상태여서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욕설을 주고 받았다는 게 맞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 의원은 이날 당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지난 주에 국회 예결위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당시 예결특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추 장관의 답변태도를 질책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공개 토로하고,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 야당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당내에 `야당성회복투쟁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정 의원은 회의장 밖 `2라운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글에서 "물론 이 일에는 저 자신의 불찰이 크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친 X는 건드리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건드린 것이 제 잘못", "장관이 그렇게 나오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굴복시켜야 했는데..."라고 적었다.

한편 추 장관은 자신의 답변태도에 대해 지난 25일 예결특위에서 공개 사과했다.

(서울=연합뉴스)

 아래는 정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와 당 홈페이지, 기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 글 전문이다.

“지난주에 국회 예결위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이제 제발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자 -

예결위에서의 상황

지난 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나는 추병직 건교부장관에게 한 가지 집고 넘어갈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현장에서 헤죽헤죽 웃으며 망발에 가까운 발언을 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 유필우의원이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군청수준’이라고 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서울시장이 그동안 한 사업은 청계천개발이라든가 시청 앞에 잔디 까는 이런 전시적인 행정을 하면서 그렇게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한 뉴타운개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추진한 실적이 진척이 없습니다.…”

이튿날 언론도 추장관의 답변태도에 대해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당시 나는 추장관의 답변을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한나라당 출신 시장을 비아냥대거나, 비난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의 발언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했기 때문입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한 것은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칩시다. 강북뉴타운사업이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고 한 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것이었습니다. 추장관이 발언할 당시에 이미 길음뉴타운은 일부 준공이 된 곳도 있었고, 은평뉴타운은 지난해 11월 착공하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외 14개 뉴타운이 현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예를 들면 서대문의 경우는 모든 구역의 추진위원회가 이미 구성을 완료하여 사업설명회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국회 본회의장에 와서 확인 안 된 사실을 버젓이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추장관은 예결위 답변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고함을 지르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국회 속기록이나 녹화테잎을 보면 잘 알 수 있겠지만, 여기서 차마 인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그는 의원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이시장도 마찬가지다.” “정의원이 이시장의 대변인이냐”는 등 질의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러이러한 것이 잘못된 게 아니냐’ 하니까, ‘니 형은 더 하다’ 식으로 흔히 시정잡배가 장터판에서 싸움을 걸 듯이 나온 것입니다. 나중에 있은 최구식의원의 발언대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렇게 질의하는 국회의원은 보았어도 그렇게 답변하는 국무위원은 처음 보았습니다. 나는 시종일관 언성을 높이지 않았고, 논리로써 질의답변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추장관의 답변태도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습니다. 이날 밤 나는 한마디로 전 국무위원 앞에서 스타일을 구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우리 한나라당에게 던져주는 중대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추장관의 망언이 계속되고 내가 궁지에 몰려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무도 나서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가세하여 ‘정의원이 너무한 게 아니냐’, ‘정의원이 시의원이냐’, ‘정책질의나 해라’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과거에는 국무위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여당의원들이 질책을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 17대 국회는 그러기는 커년 이때다 하고 정부 여당이 합세합니다. 이것은 국회의 본질적인 기능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망각한 몰지각항 행동일 뿐 아니라, 여당이 정권의 시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그래서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위를 훼손하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순서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에서 최구식의원이 추장관을 준엄하게 꾸짖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최구식의원은 참으로 정부 여당이 듣기에 따끔한 말을 조단조단 해나갔습니다. ‘최근 장관을 비롯해서 공무원들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안다 이렇게 나와야 승진도 하고 공천도 받고, 선거에 떨어져도 낙하산으로 구제되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요지의 발언이었습니다. 최의원의 발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3일후 조치사항

그 일이 있고 다음 날이 되어도 또 그 다음 날이 되어도 한나라당 예결위에서는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여당의원이 내게 ‘추장관이 해도 너무했다’는 식의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나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며 속만 끓이고 있었습니다. 셋째 날은 비경제부처 부별심의가 끝나고 추장관이 출석하는 날이었습니다. 나는 나 혼자라도 이 문제를 집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꼴이 우스웠습니다. 당한 건 내가 당하고, 당한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니 정말 꼴이 우습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최구식의원이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밖에서 이 문제가 상당히 알려졌는데, 모두가 한나라당 예결위원은 무엇들 하고 있느냐? 이런 식으로 하면 이번 결산뿐 아니라 내녀도 예산 심사도 정부 여당에 끌려가게 된다’고 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때서야 우리는 추장관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로 하고, 만약 그게 안되면 회의에 불참하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 날 저녁 청와대회의에 갔다가 뒤늦게 참석한 추장관은 전 날의 상황을 조목조목 되짚으며 장관의 사과를 요구한 최구식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끝나자,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요구에 응했습니다. 강봉균 예결위원장도 차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일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를 비롯해서 한나라당 예결위는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물론 이 일에는 저 자신의 불찰이 큽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친 X는 건드리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건드린 것이 제 잘못입니다. 물론 장관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저 자신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장관이 그렇게 나오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굴복시켜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습니다. 상대방이 ‘막가자’로 나오니까 사실 저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그것에 대해서 섭섭하다거나 의리가 없다고 투정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그런 일이 이번 예결위에서뿐 아니라 이미 곳곳에서 (심지어는 본회의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현상에는 반드시 구조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무기력한 정당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을 하나 불러내겠습니다. 작년 250회 임시국회에서 이해찬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아니냐’고 상식이하의 망언을 했습니다. 그때 그 발언 당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당지도부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뒤이어 등단한 한나라당 질의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당시 나는 너무 굴욕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간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러다가 사흘 뒤 사회분야질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해찬 총리를 질타했습니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막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해찬의 지난날의 행적과 발언들을 인용하며 조목조목 조단조단 따져나갔습니다. 그때 여당의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웠습니다. 그러나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내 할 얘기를 다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의장이 마이크를 꺼버렸습니다. 세상에 국회의원이 발언을 하는 데 의장이 마이크를 끄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니 그 날 오전 최구식의원(이번에도 최구식의원이네)의 발언에 이어 두 번째로 보았습니다. 스포츠든 사업이든, 정치든 전쟁이든 모든 경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세입니다. 경쟁에서 기가 꺾여버리면 그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이해찬의 망언은 한나라당의 기를 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당은 우물쭈물 넘어가버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기가 꺾여버린 것입니다. 어쨌든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이해찬 총리에 대해서 할 말을 다했고, 그렇게 한 것이 그 후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국회에서 함부로 말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당시 이해찬 총리의 망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너무나 무기력했습니다.

이제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자

그렇습니다. 무기력입니다. 우리가 정부 여당의 막가파식 태도에 아무런 대응도 없이 지나가는 이런 일반적인 현상을 낳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이 바로 이 무기력입니다. 물론 저놈들하고 똑같이 하면 똑같은 놈 되는 것 아니냐? 막가자는데 대응해봐야 얻을 게 하나도 없는 게 아니냐? 다 일리가 있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무기력의 배후에는 바로 탄핵의 악몽이 숨어있다는 게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체입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탄핵의 과정에서 거의 몰락을 했습니다. 그때 살아남은 현역의원들은 탄핵의 핵폭풍 속에서 뭇매를 맞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솔직히 그 후로 우리는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렸습니다. 젊은 애들만 보면 슬슬 피하고, 네티즌들한테 덜미 잡힐까봐 전전긍긍합니다. 심지어는 대학생들과의 토론에 나가서도 마치 잘못을 저지른 학생처럼 잔뜩 꾸지람만 듣고 옵니다. 17대 개원 초만 해도 아니 최근까지만 해도 여당의원들은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원들을 향하여 ‘살인마들’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점잖은 척하며 가만히 있었지만, 실제로는 주눅이 들어 말도 못한 측면이 큽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주위를 냉철하게 돌아봅시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탄핵의 자국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원성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젊은이들도 많이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상생! 아주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상생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제하에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지금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습니까? 이런 상생을 하면 누가 이득을 봅니까? 여당만 좋지 야당이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상생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상생한다고 당하기만 하며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제 제발 탄핵의 악몽에서 벗어납시다. 이러고 있다가는 정말 탄핵할 일이 생겨도 우리는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는 야당입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다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정권 못 찾아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두 번이나 집권에 실패하고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나자빠져있는 정당은 없을 것입니다. 절치부심. 와신상담을 해도 시원찮은데, 웰빙정당 소리나 들으며 점잖게 있어가지고 정권 찾아오겠습니까?

우리 이제 좀 야성을 키웁시다. 과거 민한당시절에 하도 2중대소리를 들으며 무기력하게 가니까 ‘야당성회복 투쟁위원회’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한나라당이 바로 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 야당성회복 투쟁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2005년 8월 29일 정 두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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