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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30 08:58 수정 : 2005.09.30 08:58

맥아더 동상 논란이 한미 `과거사' 논란으로 번져

국회 외교통상위의 29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맥아더 동상 논란이 재연됐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질의 첫머리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미국민에게 여러가지 오해와 서운함을 안겨준 데 대해 여당 의원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한미관계를 의식해 미국측을 적극 무마했다.

그러나 같은 당 김원웅 의원이 미국측의 반응을 이해한다면서도 "100년전 카쓰라-태프트 밀약으로부터 비롯된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미국측의 역사적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없었으며, 일본이 조작한 역사를 갖고 미국이 (한반도) 식민지화 과정에 악역을 했다는 주장은 재고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맥아더 동상 문제가 카쓰라-태프트 밀약의 존재 여부와 일본의 한반도 병탄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사실 논란으로 번진 것.

김 의원은 미 의원들의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항의 서한과 관련, "은혜를 모른다고 배반감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미국인들은 한국전쟁까지만 기억하고, 전범국이 아닌 한국이 분단된 데 대한 책임, 분단이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미국의 역할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은 결여돼 있다"며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한을 남긴 조약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50년전만 보고 100년전은 보지 못하는 미국인의 역사적 안목의 짧음"을 주장하면서 "100년전 국제법상 중요한 범죄행위인 카쓰라-태프트 밀약에 대해 늦게나마 미국에 사과를 요구해야 하며,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에 이 조약을 공식 폐기한 일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맥아더 장군에 대해 "미국 국익에 충실했던 군인으로서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맥아더 장군에 대한 한국민의 평가가 "인천상륙 작전 성공" 뿐 아니라 일본 점령군 사령관으로서 "악랄한 전범인 일왕을 보호하고, 생체실험으로 악명높은 이시이 시로 중장마저도 (전범) 기소를 면제하고, 전범들이 전후 일본 정계를 주름잡도록 정치판을 만들어주고, 일제가 약탈해간 문화재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실천한 인사"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계동 의원은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부존재한다는 게 최근의 다른 역사인식"이라며 "일본이 (한반도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자기들만 보는 고꾸민이라는 관보에 밀약이 있었던 것처럼 쓰고, 1923년 조선사 편수에서 기정사실화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 보고를 받고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인정했다는 논리를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했고, 일본이 전전긍긍하며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이 밀약의 "부존재를 강력하게 믿고 있다"며 "우리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원웅 의원이 오후 보충질의에서 카쓰라-태프트 두 사람간 1905년 7월27일 아침 비밀대화록 사본을 공개하면서 "1908년 11월30일 미 국무장관과 주미 일본공사간 교환한 각서 초안에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미국이 재확인했다"고 재반박했다.

김 의원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2002년 8월 '대 통일한국 정책의 청사진' 보고서에 따르면 "1905년 미일간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1866년과 1871년 두차례 양요와 더불어 통일한국과 관계정립에서 중요한 한미간 과거사 사안이며, 특히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한국인의 역사 인식에서 한반도 일제 식민통치, 분단, 한국전쟁, 냉전상태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간주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돼 있다"며 "이 문제는 떠오르는 의제"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이 끝난 후 박 의원은 자신이 지난 3년간 포츠머스 조약실을 방문하는 등 이 문제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논문으로 썼다며 14쪽짜리 논문을 배포했다.

그러나 1959년 레이몬드 에스서스라는 미국의 역사학자가 쓴 논문의 주요 논거와 결론에 많이 의존한 것으로 보이는 박 의원의 논문도 당시 윌리엄 태프트 육군장관과 카쓰라 타로 일본 총리간 한반도와 필리핀 지배권 인정에 관한 비밀대화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논문의 취지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미국이 인정한 게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인정받기 위한 '거래'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극동 평화와 한국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며, 이러한 인식과 정책은 밀약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라, 그 수개월전부터 이미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실행되고 있었던 것이며, 구속력있는 조약이 아니라 비밀대화 기록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김, 박 의원간 논란 끝에 거듭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에 "유감"을 표명하며 "국감후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참배하자"고 제의하는 등 미국측을 무마하려 했고, 신기남 의원은 오찬장에서 "이 문제는 철거는 안된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지, 복잡한 설명을 붙여 철거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인 것처럼 보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참전기념비 참배엔 김원웅 의원은 불참했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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