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30 14:20
수정 : 2005.09.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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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우리당 임종인 의원.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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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의원, 민주노동당 위한 ‘백기사’ 선언
여의도에 ‘백기사’가 출현했다. 증권시장에서 적대적 기업인수를 막기 위해, 경영권을 수호하려는 기존 경영주쪽에 힘을 보태주려 간혹 눈길을 모으던, 자본시장의 백기사가 아니다.
살벌한 정치논리와 당리당략과 개인적 이해에 따른 이합집산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신의와 의리’를 앞세운 백기사가 등장했다.
계기는 의석 1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자리에서 두 거대 보수정당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오던 민주노동당이 한자리수 의석으로 떨어져, 정치적 입지가 위협받게 된 상황이다.
백 기사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임종인 의원은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독자적 법안 발의가 힘들어진 민주노동당을 돕겠다고,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29일 홈페이지(www.wedream.or.kr)에 ‘민주노동당의 개혁적 법률안 발의는 계속 돼야 한다’는 글을 올려, “민주노동당이 법안 발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의석 1석을 확보할 때까지 지나친 당리당략적 법안이 아닌 한 모든 법안 발의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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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발의엔 의원 10명 이상 동의 필요…민주노동당 ‘정치적 위기’
민주노동당은 조 전 의원이 29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어 의석이 9석으로 줄어 독자적 법안 발의가 불가능해졌다. 국회법상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한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6일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개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경비업법·변호사법·의료법 등 80여개 법률의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했으나, 이제 진보·개혁법안의 무더기 발의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도 이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해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29일 대법원 판결뒤 “독자적인 법안 발의에 힘을 보태줄 ‘백기사’를 찾고 있다”며 “조만간 다른 당 의원 1명이 법안 지원의 뜻을 밝히고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민주노동당 요청에 임 의원이 곧바로 화답했다. 임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데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법안을 자유롭게 발의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민족과 역사를 위해서 매우 애석한 일”이라며 “나는 민주노동당이 법안 발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의석 1석을 확보할 때까지 민주노동당의 지나친 당리당략적 법안이 아닌 한 모든 법안 발의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당리당략적 법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임 의원의 약속으로 민주노동당은 조 전 의원의 공백을 메우면서 사실상 의석수 10석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의원 “민노당이 서민·노동자 법안 발의 못하면 매우 애석한 일”
임 의원 그동안 이라크 철군결의안 등 민노당과 끈끈한 정책공조 해와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변함없는 개혁의 길을 가는데 함께 해야 할 당은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정당, 한나라당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노동자를 위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민주노동당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임 의원은 그 동안 ‘이라크파병 철군 결의안’이나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 등을 함께 추진하면서 민주노동당과 끈끈한 정책공조를 과시했다.
특히, 임 의원은 지난 7월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진정한 개혁과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연정을 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임 의원이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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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개혁적 법률안 발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 조승수의원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보고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2004년 4. 15총선의 의미는 민주개혁세력인 열린우리당이 최초로 의회의 과반수를 확보한 것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10석 의회 진출이다.
작년 6월 17대 국회 개원이후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은 국회법상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최소의 의석인 10석으로서 중요한 법안을 많이 발의했다.
『 민생관련 3법 발의, 비정규직관련 법안 발의, 장애인이동보장 법안 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발의, 이라크파병 철군 결의안 발의, 남북교류협력 관련 법안 발의, 노동3권 관련 법안 발의, 호주제 폐지 관련 법안 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 과거사 진상규명법 발의, 언론개혁 관련 법안 발의 』가 그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답게 많은 의미 있는 법안들을 발의했고 이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이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데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법안을 자유롭게 발의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민족과 역사를 위해서 매우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민주노동당이 법안 발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의석 1석을 확보할 때까지 민주노동당의 지나친 당리당략적 법안이 아닌 한 모든 법안 발의를 함께 하겠다.
지난 7월 노무현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했을 때 나는 진정한 개혁과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하여 연정을 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4대개혁 법안과 방위사업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열린우리당이 변함없는 개혁의 길을 가는데 함께 해야 할 당은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정당, 한나라당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린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민주노동당과 연대하여 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노동자를 위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실하고 활발한 의정활동을 전개했던 마음씨 따뜻한 조승수의원께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리며 정치적 행운을 빈다.
2005. 9. 29 국회의원 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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