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6 14:40
수정 : 2005.10.06 14:40
손지열 행정처장 "장관 발언 부적절하나 사석 대화일 뿐"
6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천정배 법무장관이 사석에서 특정 법조인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문을 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법무장관이 사법연수원 동기모임에서 특정 법조인들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는데 이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 이분들을 대법관 제청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언급된 분들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라도 그래야 한다"며 "대법관도 권위가 있는데 법무장관을 대법관 제청자문위에서 빼거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권고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은 "그분들이 제외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법무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석에서 한 말이다"며 문제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이에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법무장관의 언급이 부적절했다면 법무장관을 제청자문위에서 배제하거나 법무장관에게 대법원의 공식의견을 내달라"며 "비참한 것 아니냐. 일개 법무장관이 뭐라 하는데 대법원이 가만히 있는 게…"라고 말했다.
같은 당 주성영 의원도 "사적인 발언이라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공인들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의 입장은 어떻게 되느냐"며 "평소 냉정하기로 소문난 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그 정도 문제의식 밖에 못 느끼느냐"고 따졌다.
장윤석 의원도 "천 장관은 노 대통령이 후보로 나왔을 때 당내에서 유일하게 지지했던 인물이고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참모"라며 "법무장관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대법관 제청 자문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그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도 부시가 참모를 코드인사한다고 난리지만 국회 청문회를 거쳐 걸러내면 된다"며 "과거 법무장관이 법원을 지배한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사석의 말 한마디를 비판하는 것은 의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원에 빗대어 비아냥 거리고 국감에서 법원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기네 말을 하려 한다"고 역공을 폈다.
손지열 처장은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장관 한 사람이 개인의견을 얘기했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항의하거나 반박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대법원장께서는 변호사가 `나는 대법관으로 누가 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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