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행정처장 "재심특별법 신중…과거사 정리 방향 결정안돼"
국회 법사위의 4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취임과 함께 법원의 화두로 떠오른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 움직임과 여권 일각의 재심특별법 추진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 간 공방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을 환영하면서 재심개시 요건의 완화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법부가 현 정부의 요구에 영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표출했다. 손지열 법원 행정처장은 재심특별법에 대해 "입법화할 경우 모든 사건에 파급되므로 형사사법의 중요가치인 법적 안정성 문제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으며 "과거사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구체적 방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재심특별법 추진방침을 밝혔던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재심을 인권보장의 유력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자 형사소송법 원칙에도 부합한다"며 "재심개시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한 대법원 판례를 헌법에 근거한 인권보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정의로 인해 흔들렸던 사법권과 법적 안정성을 바로세우는 작업"이라며 "재심 청구를 폭넓게 수용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 6월까지 재심 청구사건은 모두 1천453건으로, 이 중 60.2%인 875건이 기각됐고 무죄 159건(10.9%), 공소기각 26건(1.7%), 취하 20건(1.3%), 면소 2건(0.1%), 기타 371건(25.5%) 등이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대통령의 8.15 경축사, 대법원장의 취임사, 여당의 재심특별법 추진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법원장이 정권과 의견을 교환한 느낌이 든다"며 "재심특별법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입법 만능주의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크다"고 부정적 견해를 표출했다. 같은 당 김성조 의원은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이 자기 반성을 넘어 정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라도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원칙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사법부가 인권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을 겸허하게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과거사 반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법적 안정성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불가침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과거를 반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판결문 등 1차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일 뿐, 어떤 방향으로 (과거사를 정리)해야할 지는 결정된 바 없지만 충분한 조사와 의견수렴을 거쳐 꾸준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