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효과 상쇄 노린 승부수 `유혹'
지역선거 과도개입 역풍가능성 `부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0.26 재선거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선거지원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4.30 재.보선에서 `다걸기' 승부수를 던져 당의 압승을 견인, 열린우리당의 원내과반 의석을 무너뜨리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학습효과'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박 대표가 올인 승부의 `유혹'에서 자유롭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정황이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차기 대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효과'를 등에 업은채 박 대표를 따돌리고 추월선으로 진입해 내달리기 시작한 점이다.
6일 경향신문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가 이 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만큼 박 대표는 재선거 압승으로 `청계천 효과'를 상쇄할 모멘텀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텃밭인 대구 동을 재선거에 당내외의 비판적 여론을 무릅쓰고 측근인 유승민 전 대표 비서실장의 공천을 밀어붙인 만큼 승리를 통해 공천의 `불가피성'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공교롭게도 재선거일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 임하는 박 대표의 각오는 남다를 것이라는게 당주변의 지적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재선거 올인'에는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는 고민이 있다. 이번 선거가 정기국회 기간에 열린다는 점,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동을에서 당이 전력투구할 경우 지역구도에 편승한 구태선거를 재연한다는 빌미를 여당에 제공할 공산이 크다. 대구 동을 우리당 후보가 확실시되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지역의 벽을 뚫겠다고 다시 도전에 나선데 대해 박 대표가 지나친 선거드라이브를 걸 경우, 지역에 갇힌 지도자로 각인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라고 당 관계자는 우려했다. 특히 이강철 전 수석이 당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며 `적진'에서 홀로서기를 선언, 이번 재선거를 `지역선거'로 몰고가는 것도 박 대표의 대구행에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커보인다. 박 대표측도 "필요한 시점이 되면 대표가 역할을 하겠지만, 경북 영천 때와 같은 상황이 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박 대표와 함께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강재섭 원내대표가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구 동을 후보 불출마' 제안까지 했던 상황에서 박 대표가 재선거 압승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윈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박 대표에게는 이번 재선거가 규모는 작지만 자신의 향후 정치스케줄과 맞물려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중간선을 절제있게 지켜나가야 전략적 선택과 고려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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