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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공직 겸직 허용안 부결 민주노동당 ‘술렁’ |
지난 8일 밤 11시, 충남 도고 유스호스텔에서 열리고 있던 민주노동당 제5차 중앙위원회의 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큰 술렁임이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의 당직을 겸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당직-공직 겸직 전면 허용안’이 중앙위원들의 투표에서 과반수(206명)에 크게 못미치는 125명의 찬성밖에 얻지 못한 채 부결됐기 때문이다. 모든 당직의 겸직이 안 된다면 당 대표라도 겸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수정안도 찬성표가 103표에 그쳤다. 지난 9월26일 최고위원회까지 통과한 개혁안은 완전히 무산된 셈이다. 이에 따라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배곤 당 부대변인은 “당 대표 겸직은 허용하는 수정안은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중앙위원들이 현재의 방식에 대한 검증이 좀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의원들이 정치현실에 매몰돼 당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공직과 당직을 분리하도록 결정했다. 당론 결정권도 의원이 아닌 당 최고위원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 결과 의원들과 당 최고위원회 사이에 ‘엇박자’가 발생하고, 무엇보다 당의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당은 결국 공직-당직 구분 철폐를 통해 스타급 의원들의 당내 활동을 높여 국민들의 관심을 살리고, 당 분위기도 쇄신한다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권영길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열리는 당 지도부 선거에서 대표로 다시 나서, 장기적으로 대선후보에 재도전한다는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투표 결과를 지켜보던 권영길 의원의 표정이 매우 굳어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당권 도전설’이 거론되는 노회찬 의원에게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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